지난 6월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쿠팡의 이천 덕평 물류센터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화재 현장을 진압 중이던 소방관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고 이후 그동안 쿠팡이 노동자 안전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불매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쿠팡은 그간 여러 번 안전 불감증 논란이 있었지만 작업 환경을 개선하지 않았고, 결국 이번 물류센터 화재 참사를 일으켰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최근 벌어진 쿠팡 불매운동. /트위터, 앱스토어 캡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쿠팡 불매’, ‘쿠팡 탈퇴’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쿠팡 탈퇴를 인증하는 글이 쏟아졌습니다. 사고 이틀 후인 6월 19일에는 트위터 인기 검색어 1위로 ’#쿠팡탈퇴’가 올라왔습니다. 관련 내용만 17만건이 넘었습니다. 이용자들은 쿠팡 탈퇴 화면을 인증샷으로 올리거나 탈퇴 방법을 공유했습니다. 실제로 소비자는 스마트폰에서 쿠팡 앱을 지웠습니다. 7월 8일 앱 데이터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는 6월 3주차(6월 18~24일) 쿠팡 앱의 하루 평균 사용자(DAU·Daily Active User)는 830만명이라고 했습니다. 직전 주(6월 11~17일) 894만명보다 7% 줄었습니다. 일주일 만에 64만명의 이용자가 사라진 셈입니다.
이렇게 소비자가 소비 행위로 자신의 정치·사회적 신념이나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미닝아웃(Meaning out)’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미닝아웃의 대표적 수단 중 하나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입니다. SNS의 해시태그 기능 등을 사용해 자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입장이나 신념을 공유하고, 사회적 관심사를 나눕니다.

남양유업이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자 이를 풍자하는 합성 사진이 올라왔다.(좌), 남양유업 불매운동을 장려하기 위해 제품 바코드 번호를 입력하면 남양유업 제품인지 확인할 수 있는 '남양유업 판독기' 사이트가 등장하기도 했다(우). /온라인 커뮤니티

2013년 갑질사태로 벌어진 불매운동 당시 시위모습(왼쪽). 마약 투약으로 형을 받은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씨(오른쪽). /조선DB
최근 식품회사인 남양유업의 불매운동은 미닝아웃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1964년에 세워진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창업주 손녀인 황하나씨의 마약 범죄, 불가리스 허위 광고 등으로 비판을 받았습니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부터 소비자 불매 운동이 이어졌습니다. 이후 황하나 구속 등 연이은 논란에 소비자는 ‘남양이 남양했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불매 운동에 힘을 더했습니다. 이런 소비자 움직임에 남양은 작년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결국 지난 5월 오너 일가가 국내 사모펀드(PEF)에 지분을 넘기고 회사를 떠났습니다. 이 밖에도 토종 피자 브랜드 미스터피자는 오너 갑질 논란으로 불매 운동에 휘말렸고 결국 국내 사모펀드에 매각했습니다. 또 지난 6월 남혐 논란에 휩싸였던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논란이 커지자 창업자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과거와 달리 온라인상에서 의견을 공유하는 게 쉬워졌다. 디지털 미디어에 익숙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를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강하게 결집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소비 활동을 통해 불공정 기업이나 인권·노동 문제에 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조직적으로 불매운동을 하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착한 기업에 ‘돈쭐’ 내기도
미닝아웃이 불공정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이나 소비자의 분노를 드러내는 행동만 뜻하는 건 아닙니다. 소비자가 착한 기업이나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다고 판단한 기업에 더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현상도 포함합니다. 보이콧(Boycott·불매운동) 대신 이른바 ‘바이콧(Buycott·어떤 물품을 사는 것을 권장하는 행동)’을 하는 겁니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돈쭐(돈으로 혼쭐)내주겠다’는 신조어가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박재휘 철인7호 홍대점 대표가 기부금을 공개한 모습.(좌) A군이 박 대표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본사에 보낸 손편지. /인스타그램 캡처
소비자의 ‘돈쭐’ 사례는 최근 돈이 없어 치킨집 앞을 서성이던 형제에게 무료로 치킨을 대접한 ‘홍대 치킨집’이 대표적입니다. 마포에서 치킨집 ‘철인7호’를 운영하는 박재휘 대표는 지난 3월 주머니에 5000원 밖에 없던 형제에게 무료로 치킨을 내줬습니다. 이후에도 박 대표는 형제에게 여러 번 치킨을 대접했고, 자신이 다니던 미용실로 데려가 머리를 깎아 주기도 했습니다. 이 사연이 전해지면서 이른바 ‘돈쭐’을 내주자는 소비자의 주문이 이어졌습니다. 소비 행위로 업주를 응원한 겁니다. 배달 지역이 아닌 강원도, 부산 등에 사는 소비자는 치킨은 받지 않고 주문만 하기도 했습니다. 주문이 폭주하자 박 대표는 영업을 중단하기까지 했습니다. 박 대표는 SNS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벌어들인 수익금에 자비를 보태 600만원을 마포구청에 기부했습니다. 지난 6월에는 ‘식품 분야 유공’ 서울시장 표창을 받았습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폐업을 고민하던 편백나무 방향제 판매자의 따뜻한 답글이 화제를 모았다. /'고마운 사람들' 캡처
이 밖에도 지난 6월에는 편백나무 방향제 판매자 A씨가 암 투병 중인 고객에게 따뜻한 댓글을 남겨 많은 소비자로부터 응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편백 방향제를 산 한 고객은 “암 투병 중이라 도움 될까 싶어서 구매했다”면서 “나무 향이 진하고 좋다. 감사하다”는 후기를 남겼습니다. 이에 A씨는 “내일 낯선 택배가 도착하더라도 놀라지 마시라. 고객님의 쾌유를 바라는 마음에 작은 선물 하나 보냈다”고 했습니다. 또 “폐업의 기로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투병 중이라는 고객님 글에 큰 울림을 받고 다시 힘을 낸다”면서 “건강하다면 무엇이든 해볼 수 있으니 어떻게든 버텨보자고 생각했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쾌유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선물이지만, 폐업을 고민할 만큼 저희도 어려운 사정이라 공짜로 보내드릴 수는 없고 비싼 값을 받겠다”며 “선물 가격은 ‘완쾌’다. 꼭 건강해진 모습으로 완쾌하셨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길 바란다. 저도 그때까지 어떻게든 폐업하지 않고 버텨보겠다. 꼭 이겨내서 완쾌 소식으로 선물값을 지불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내용이 온라인에서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지금 주문하러 간다” ”사장님도 대박 나고 고객도 꼭 완쾌하길” 등 응원 댓글을 남겼습니다. 실제로 주문량이 급증해 업체 홈페이지에는 배송 지연 안내가 담긴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공지글에는 “편백나무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어려운 시국에 주문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사회문제 해결하려는 기업 시도 늘어
이러한 미닝아웃 현상이 이제는 기업의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코즈 마케팅이란 기업이 환경, 보건 등과 같은 사회적 이슈를 기업의 이익 추구를 위해 활용하는 것을 뜻합니다. 소비자는 사회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착한 기업’의 노력과 시도에 호의를 보이는데, 이는 곧 제품 구매에도 영향을 줍니다. 상품의 가격이 높고 품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관에 맞는다면 구매로 이어지는 MZ세대의 소비 특성을 고려해 이같은 마케팅을 펼치는 겁니다.

노란 뚜껑이 달린 스팸 통조림. 스팸 뚜껑 반납 운동을 벌인 소비자들. CJ제일제당 유튜브 캡처, 쓰담쓰담

매일유업에서 빨대를 없애기로 한 ‘엔요100’.(좌), 고객에게 직접 편지를 쓴 매일유업 고객최고책임자.(우) /매일유업
실제로 소비자들은 작년 CJ제일제당을 겨냥해 ‘스팸 뚜껑 반납하기 운동’을 벌였습니다. 스팸을 덮고 있는 플라스틱 뚜껑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작년 추석 뚜껑 없는 스팸 선물세트를 처음 선보였습니다. 앞으로도 적용 범위를 넓혀간다는 계획입니다. 매일유업을 상대로는 ‘엔요 요구르트 빨대 반납’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한 소비자 단체는 작년 2월 요구르트 일회용 빨대를 모아 매일유업에 전달했습니다. 이후 매일유업는 엔요 요구르트에서 빨대를 없앴습니다. 또 우유 2개입 비닐 포장을 종이 띠로 바꾸고, 아기 치즈 플라스틱 포장재를 없애는 등 친환경 움직임에 동참했습니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 1월 업계 최초로 출시한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8.0 ECO’. /롯데칠성음료
기업의 친환경 움직임에 소비자도 구매로 응답하고 있습니다. 지난1월 롯데칠성음료가 업계 최초로 출시한 무라벨(상표띠) 생수 ‘아이시스 8.0 ECO’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페트병에서 라벨을 없애자 1년 만에(올해 1분기 기준) 판매량이 500% 급증했습니다. 무라벨 생수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자 업계에서는 잇따라 생수에서 라벨을 없애는 등 코즈 마케팅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은희 교수는 “소비자 개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은 개개인이 친환경 소비를 하는 데에 그쳤지만 요즘에는 기업에 친환경 제품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소비자가 소비 행위를 가치관 표출의 수단으로 삼으면서 기업도 이를 고려해 친환경 소재로 제품의 용기·재질을 바꾸는 등의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글 시시비비 귤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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