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 노벨상 공식 마스코트 ‘The Stinker(골칫거리)’.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오른쪽) 패러디./ImprobableResearch, 조선DB
2021년 9월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 수상자가 발표됐다. 코뿔소를 거꾸로 매달아 운송하는 것의 효능, 턱수염 충격 완화 기능, 잠수함에서 바퀴벌레를 잘 제어하는 방법 등을 연구한 팀들이 상을 받았다. 그렇다. 모두가 느꼈듯 상을 받은 연구팀의 주제가 심상치 않다. 이그노벨상이 바로 그런 상(賞)이기 때문이다.
이그노벨상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노벨상’을 패러디한 상이다. 다만 상스러운이라는 영어 단어 ‘ignoble’의 ‘이그’를 붙여 기괴하고 재미있는 연구를 한 사람(팀)에게 주는 상이라는 걸 보여준다. 이그노벨상은 미국 유머 과학 잡지 ‘황당무계 리서치 연보(AIR·Annals of Improbable Research)’에서 1991년부터 시상하기 시작했다.
수상부문은 기본적으로 노벨상(평화·문학·물리·화학·생리의학·경제)과 같다. 그러나 그때그때 수상할 연구 및 활동을 먼저 고른 후 분야를 끼워 맞추기 때문에 수상 부문은 매해 달라진다. 올해는 생물학, 화학, 의학, 평화, 운송, 경제학상 등 10개 분야에서 수상자를 선정했다. 시상식은 코로나 여파로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제31회 이그노벨상을 받은 연구는 무엇이었을까.
평화상을 받은 연구팀과 연구 자료 사진. /ImprobableResearch 제공
평화상 ‘턱수염에 관한 연구’
평화상 부문에서는 ‘턱수염이 연약한 얼굴 뼈 보호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에단 베세리스, 스티븐 날레웨이, 데이비드 캐리어가 속한 유타 대학 연구진이 상을 받았다. 이들은 인간이 주먹질로부터 연약한 얼굴 뼈를 보호하기 위해 턱수염을 길렀다는 가설을 연구했다. 섬유 에폭시 복합재, 양털 등을 사용해 얼굴 모형을 만들고 그 위에 무거운 물체를 떨어뜨리면서 실험을 했다.
많은 실험을 거쳐 연구진은 ‘양털이 더 많이 붙은 쪽이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한다’는 결과에 도달했다. 연구진은 “턱수염이 단순히 ‘멋’이 아닌 외부 공격으로 부터 얼굴 뼈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아마도 수염이 얼굴의 피부와 근육 타박상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뿔소를 거꾸로 매달아 운송하는 장면. /로빈 래드클리프 제공
운송상 ‘코뿔소를 거꾸로 매다는 연구’
아프리카에서는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동물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 이때 코뿔소처럼 차로 옮기기 어려운 크고 무거운 동물은 헬기로 옮긴다. 다리에 줄을 묶어 헬기에 거꾸로 매달아 운반한다. 로빈 래드클리프 코넬대 교수 연구팀은 이 운송 방법이 코뿔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연구했고 이 연구로 이그노벨상 운송분야에서 상을 받았다.
실제로 코뿔소 운송방법은 2012년부터 시작했는데, 정작 이 방법이 코뿔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로빈 래드클리프 교수는 “나미비아가 처음으로 이 문제를 연구하기로 결정한 나라였다”며 실험 계기를 밝혔다. 연구팀은 2015년 나미비아 환경산림과학부의 도움을 받아 연구를 시작했다. 이들은 나미비아에서 검은코뿔소 12마리를 대상으로 코뿔소를 크레인에 매달아 운송할 때 심장과 폐 기능을 분석했다.
2021 이그노벨 수상자들. /ImprobableResearch 제공
역학상. ‘스몸비(스마트폰 좀비)가 보행속도 늦춘다’
길을 걸을 때 앞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보며 좀비처럼 걷는 스몸비가 다른 사람들의 보행 속도를 늦춘다는 연구를 한 무라카미 히사시 교토공예섬유대 조교수 등이 역학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이들은 보행자 54명을 27명씩 두 그룹으로 나눠 폭 3m, 길이 10m의 직선 통로를 스쳐 지나가듯이 걷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보행자가 섞인 그룹에서 이동 속도가 더 늦어졌다. 앞선 3명이 스마트폰으로 계산 문제를 풀면서 걷도록 했더니, 3명 말고도 다른 보행자까지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들이 주변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으려 갑자기 방향을 바꾸거나 움직여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걸었을 때보다 집단 보행 속도가 전체적으로 떨어진 것이다.
연구진은 이 실험이 무리를 형성해 움직이는 로봇 개발이나 동물의 행동을 분석하는 연구에 응용할 수 있고 미래 자동차 등에 관한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트로피와 10조 달러. /ImprobableResearch 제공
잠수함 바퀴벌레 수 제어, 보행자가 서로 부딪히지 않고 피해가는 구조…
‘미국 잠수함에서 바퀴벌레를 더 잘 제어하는 방법’을 연구한 미 해군 연구팀은 곤충학상을 수상했다. 연구팀은 “과거 1971년 살충제 말라티온 사용 등의 전통적인 방법은 충분하지 않다. 또 다른 살충제인 디클로르보스를 사용하는 것이 바퀴벌레들을 더 잘 퇴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길바닥에 붙은 껌의 해로움’을 연구한 스페인 연구진은 생태학상을 받았다. 3개월 동안 실험을 한 결과 껌에는 해로운 박테리아가 가득했다. 연구팀은 “해당 실험은 법의학, 전염성 질병 통제, 버려진 껌 잔여물의 생물적 환경 정화 등 광범위한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고 연구를 소개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연구가 상을 받았다. 성적 오르가즘이 코막힘 해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독일 하일브론 연구진은 의학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연구진은 “성관계가 1시간 동안은 시중 코 막힘 완화제 만큼 효과적”이라고 했다. 또 영화 장르마다 관객이 내뿜는 냄새를 관찰한 대기 화학자는 화학상을, 정치인의 비만 정도가 국가의 부패 정도와 연결된다는 연구를 한 프랑스 몽펠리에대 연구팀은 경제학상을 받았다.
부상은 (직접 만드는 종이)트로피와 (가짜)10조 달러
이번 이그노벨상 수상자는 명예는 물론 부상으로 직접 조립해야 하는 종이 트로피, 10조 달러 상당의 짐바브웨 지폐를 상금으로 받았다. 시상식은 매년 미국하버드대학교 샌더스 극장에서 진행했다. 그러나 작년에 이어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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