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은행 업무보러 지점에 가요?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가능한데.”
예전에는 은행 일을 보려면 무조건 지점을 찾아야 했다. 번호표를 뽑고, 은행에서 무료로 주는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느긋하게 기다리다 보면 내 차례가 왔다. 더운 여름에는 별 일 없어도 은행에 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는 이도 있었다. 동네 복덕방, 미용실만큼은 아니어도 은행이 사랑방 역할을 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은행에 가면 젊은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인터넷·모바일뱅킹 이용 확산으로 이제는 모바일을 통해 통장 개설은 물론 각종 이체, 공과급 납부, 대출 상담까지 받을 수 있다 보니, 은행에 가서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리는 일들이 번거로운 일이 됐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넷이나 모바일 뱅킹 사용이 어려운 고령층이나 해킹 가능성 때문에 온라인 뱅킹이 망설여지는 이들은 아직도 직접 창구나 ATM 기기를 찾아 은행 업무를 보긴 하지만, 대부분은 온라인을 통해 모든 은행 일을 해결하고 있다. 고객들이 지점을 찾는 대신 인터넷을 통해 은행 업무를 많이 보다 보니 5년 전부터는 실제 지점이 없는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같은 인터넷 은행들이 줄줄이 생겨났다.
지점 수 줄이고, AI 직원 배치하고
지점을 찾는 손님들이 줄다 보니 대부분의 은행들은 경비 절감을 위해 지점 수를 점점 줄여가는 추세다. 두 개 이상의 지점을 한 군데로 통합하거나 아예 없애는 식이다. 통계를 보면 최근 6년간 시중은행1500여개 지점들이 문을 닫았다.

한 은행이 서울 월계동 지점의 대면 서비스를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해당 지역 시민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YTN
인터넷·모바일 뱅킹을 주로 이용하는 이들이야 아쉬울 것이 없는 조치지만, 그간 지점을 찾아 은행 일을 봤던 이들로서는 불편하고 당황스러운 조치가 아닐 수 없다. 2021년 12월에는 한 은행이 서울 강북구 월계동 지점의 대면 서비스를 중단하고 비대면 화상 서비스를 통해 은행 업무를 보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주민들이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 몰려가 항의를 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점을 없애겠다는 것도 아니고 비대면으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에도 주민 항의가 거셌던 것이다. 그 결과 출장소 형태로 지점이 남겨지긴 했지만 앞으로 이런 일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이 도입한 AI 직원./ 딥브레인
대형 은행들을 중심으로 기존 직원들을 대체할 수 있는 AI(인공지능) 직원들을 배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2022년 2월부터 서울 여의도 영업무, 여의도 Insight점, 돈암동점에 AI 은행원을 배치했다. 이 직원은 지점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통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다가오면 인사를 건네고, 고객이 궁금한 점을 물으면 미리 은행 측이 입력한 답변을 내놓는 식이다.
서비스 내용만 보면 각 인터넷 플랫폼들이 제공하는 인공지능 고객센터와 비슷하지만 컴퓨터처럼 딱딱한 답변만 내놓는 것이 아니라, 가상인간 형태로 구현돼 손을 움직이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등 사람과 비슷한 다양한 제스처들도 선보여 고객 거부감을 최소화했다. AI의 모습이나 목소리도 실제 지점에서 근무하는 남녀 직원 두 명의 음성과 영상 데이터를 토대로 구현한 것이다.

NH농협은행의 AI 직원들. /NH농협은행
NH농협은행은 단순 안내를 맡은 AI 직원을 배치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AI 은행원 두 명(정이든, 이로운)을 실제 업무부서에 배치했다. NH농협은행의 AI 은행원 역시 현직 농협은행 직원들의 얼굴을 합성해 만들었다. 장시간 학습을 통해 목소리에 맞춰 입모양도 함께 움직인다. 사람과 좀 더 비슷해진 셈이다.
AI 은행원들은 일반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인사발령을 받고 정식 사원처럼 사번도 가지고 있다. 2021년 11월 영업점에서 처음 업무를 시작했다. 이들이 담당한 일은 투자상품 판매시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상품 설명을 보조하는 역할이다. 현재 이들 직원은 농협은행 DT전략부 디지털R&D센터로 배치, 인공지능 신사업 추진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AI 직원들에게 일반 직원과 마찬가지로 직무교육을 실시한 것은 물론 회사 조직이나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2022년 상반기 각종 연수와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농협은 AI 직원들의 업무능력을 높일 수 있는 직무를 개발해 이들 직원의 활동 범위를 더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AI 은행원에 대한 엇갈린 시각
시중 은행에 AI 은행원들이 속속 투입되는 것을 두고 업무를 보기 위해 대기했던 시간도 줄어들고 코로나라 직원들 만나기가 불편했는데 비대면이라 좋지 않느냐는 긍정적인 의견도 많다. 30대 남성 A씨는 “직장인이라 은행에 갈 시간이 점심시간 정도밖에 없는데 그때가면 항상 사람들이 많아서 식사는커녕 은행 일도 겨우 본다”며 “AI가 도입돼 쓸데없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으면 효율적이고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요즘 식당이나 커피숍, 패스트푸드점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키오스크 기계조차 익숙하지 않아 서비스 이용을 아예 포기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들의 경우는 앞으로 그럼 어떻게 은행 업무를 봐야 하냐는 우려도 있다.
60대 여성 B씨는 “햄버거 집에서 빵 하나 사 먹으려고 해도 요즘 다 기계로 바뀌어서 불편한데, 은행에서도 기계로 일을 봐야 한다고 하면 더 힘들 것 같다”며 “특히 돈과 관련된 거라 직원한테 물어가며 일을 보고 싶은데, 기계로 하다 자칫 실수나 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AI 은행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진다면 기존 직원들을 대체할 수 있는 범위 또한 넓어지므로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이런 우려는 현실성이 있다. 인터넷·모바일 뱅킹이 확산되면서 지점 직원들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그 여파로 많은 지점들이 문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AI 은행원들이 단기간에 자리를 잡긴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현재 다양한 플랫폼들이 실시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반 고객센터 역시 고객들의 다양한 문의를 모두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플랫폼 운영기관, 서비스들은 다양한 고객 문의나 불만을 해결할 수 있는 상담원들을 여전히 고용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AI은행원은 매뉴얼 이외의 불만이나 문의는 해결해주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 인공지능 고객센터들처럼 계속 비슷한 곳에서 막히면서 고객 문제를 쉽게 해결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은행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온다”며 “직원이 아무리 쉽게 설명을 해줘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런 사람들을 기계가 응대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글 시시비비 포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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