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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년전 실습생으로 원양어선 탔던 이 청년은 지금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0.04 10:09:34
조회 2052 추천 5 댓글 5

‘참치캔’하면 떠오르는 곳이 있다. 어느새 대명사가 돼 유명인 이름이 ‘동원’이면 자연스럽게 ‘참치’라는 별명이 따라붙는다. ‘동원참치’로 유명한 동원산업은 참치 어획량과 참치 가공 분야에서 세계 1위다. 동원참치는 출시 이래 약 40년간 62억캔 이상이 팔렸다. 일렬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약 13바퀴 돌 수 있는 분량이라고 한다. 

동원그룹은 참치 통조림 사업을 밑거름 삼아 수산업에서 증권업계까지 진출했다. 2019년 기준 동원그룹의 매출은 7조2000억원 수준이다. 수산·식품·패키징·물류 사업군 등에서 16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재계 서열 50위를 기록하고 있는 동원그룹의 시작은 어땠을까. 지금의 동원그룹을 일군 동원참치와 김재철 명예회장의 이야기를 알아봤다. 

한국 최초의 원양선, 바다 헤쳐 ‘동원’ 일군 11남매 맏이 

김 회장은 1935년 11남매 맏이로 태어났다. 당시 우리나라는 일제 치하에 있었고 곧이어 6·25 전쟁을 겪었다. 가난한 나라 11남매 장남이었던 것이다. 김 회장의 평전을 보면 그는 어릴적 해마다 초와 종이를 구입해 맨 앞장에 “인생의 무게는 무거울수록 좋다. 그것으로 사람은 성장하니까”라고 적었다고 한다. 

어린시절의 어려움은 대학 진로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가난한 땅에서는 살기 어려우니 바다로 나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서울대 농대 장학생을 포기하고 국립부산수산대학교 어로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을 다니며 1957년 국내 최초의 원양선 ‘지남호’에 몸을 실었다. 


우리나라 첫 원양어선 ‘지남호’가 1957년 6월29일 출항하는 모습. /한국원양산업협회


지남호 선상모습. /한국원양산업협회

우리나라 첫 원양어선 지남호가 인도양에서 잡은 참치를 검사하는 모습. /한국원양산업협회

당시에는 해외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극히 드물었는데 김 회장은 원양어업 덕분에 외국을 경험할 수 있었다. 처음 도착한 곳은 대만이었다. 김 회장은 대만에서 참치잡이를 하는 원양어선을 보며 이 분야가 유망한 업종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후 1958년 23살 나이에 김 회장은 ‘무보수, 죽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남태평양 사모아로 향하는 원양어선에 몸을 실었다. 무급 선원 김재철은 힘든 항해 중에도 관련 책을 읽고 매일 일기를 썼다고 한다. 또 외국에서 어류 조감을 사다 공부하며 수익성 있는 어종을 분별해 기록해 놓기도 했다. 어항이 좋거나 나쁜 때, 인명이나 부상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그 원인과 경과를 분석해 세세히 기록했다. 그렇게 1년을 버티고 돌아와 정식 선원으로 취업했다. 다음 바다로 나갈 때는 1등 항해사가 됐고, 27살에는 선장으로 배를 탔다. 


김재철 회장이 70년대 당시 배에 탔던 모습. /동원그룹

1969년 8월 동원 최초 어선인 ‘제31동원호’ 출어식에 참석한 김재철 명예회장. /동원그룹

김 회장은 다양한 참치잡이 방법을 터득하면서 1969년 중고 배 2척으로 동원산업을 창업했다. 동쪽으로 멀리 나간다는 의미를 담아 ‘동원(東遠)’으로 이름 지었다. 그는 사장이 된 후에도 직접 배에 타 수십톤의 어획고를 올리며 동원산업을 국내 최대 수산업체로 발돋움시켰다. 

수산업부터 증권업까지 

최초 동원참치와 동원참치 광고. /동원F&B

1980년대 초 동원참치 선물세트 판매 풍경. /동원F&B

동원산업 성장에 결정적인 계기는 ‘동원참치’ 출시였다. 1981년 미국 최대 참치 브랜드 스타키스트사의 참치 통조림 공장 견학 후 얻은 아이디어다. 값싸고 질 좋은 수산물을 간편하게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동원산업은 1982년 국내 최초로 참치 통조림 ‘동원참치’를 출시했다. 가격은 1000원. 당시 짜장면 두 그릇과 맞먹는 가격으로 비싼 가격 때문에 선뜻 구매하기 어려운 제품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88올림픽 이후 국내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동원참치는 ‘편의 식품’으로 자리잡았고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1994년 북한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에는 한반도 정세 불안 우려 속에 라면, 부탄가스와 함께 품귀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동원참치는 해마다 45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면서 현재까지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동원그룹은 2008년 참치를 원료로 공급하던 미국 스타키스트사를 인수하면서 참치 어획량 및 가공부문에서 세계 1위로 도약했다. 

원양어업 관련 사업이 어느정도 궤도에 올랐을 무렵 김 회장은 다른 사업도 꿈꾸기 시작했다. 그는 1981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최고경영자과정을 공부하면서 우수한 인재들이 투자은행이나 증권사에 취업하는 것을 목격했다. 증권업의 발전 가능성을 내다보고 한국에 돌아와 당시 공매로 나와 있던 한신증권을 인수했다. 이후 사명을 동원증권으로 바꿔 첨단 금융기법을 잇따라 도입하며 성장을 거듭했다. 동원증권은 이후 동원그룹과 계열 분리돼 한국투자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밖에도 동원그룹은 양반김 등 다양한 식품 브랜드를 선보이며 사업을 키웠다. 2000년에는 종합식품기업을 설립해 일반 식품뿐 아니라 유가공, 건강기능식품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이후 2016년 종합물류기업인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면서 물류 사업에도 손을 뻗었다. 현재 동원그룹은 매출 7조2000억원(2019년 기준) 수준으로 수산·식품·포장·물류 사업군 등에서 16개 계열사를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일 되뇌인 세 가지 문장  

김 회장은 1979년 동원육영재단을 만들어 인재 육성에도 힘썼다. 그는 재단 설립 배경에 대해 “우리나라를 잘 살도록 해야겠는데 국토는 작고 자원은 없더라”며 “그러나 사람이 우수했기 때문에 사람을 길러야겠다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지원했다”고 돌아봤다. 

김 회장 평전에서 그는 매일 세 가지 문장을 되뇌였다고 한다. “사업으로 나라에 기여한다”, “어떻게 하면 나라가 더 잘 될 수 있을까”, “내가 미력하나마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라는 문장이다. 이런 고민 끝에 재단을 만들고, 카이스트 대학에도 재산 500억원을 기부했다. 

동원그룹 경영수업 일화도 유명하다. 김재철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이끌고 있는 김남구 대표이사 회장도 아버지의 교육방침에 따라 원양어선을 탔다. 김남구 회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북태평양 명태잡이 어선을 약 6개월 정도 타면서 하루 16시간씩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차남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은 입사 후 창원의 참치캔 제조공장에서 생산직 노동자로 일하며 사회생활의 첫 발을 뗐다고 한다. 이처럼 경영자가 현장을 모르면 안된다는게 김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글 시시비비 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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