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건강식품 이커머스 기업인 아이허브에서 한국뿐 아니라 APAC(Asia-Pacific·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이끄는 한국인이 있다. 코카콜라부터 크래프트 푸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삼성카드, 티몬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에서 마케팅을 이끌면서 20년 넘게 마케터로 일했다.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미국에 있는 아이허브 코리아의 수장인 최지연(45) APAC 총괄본부장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이허브 코리아의 수장인 최지연 APAC 총괄본부장. /jobsN
-자기소개해 주세요.
“세계 최대 건강식품 이커머스 기업인 아이허브 코리아 지사장을 맡은 최지연입니다. 현재 아시아 퍼시픽 지역(동아시아·동남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오세아니아)도 총괄하고 있어요.”
-학창 시절이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11살 때 미국으로 가족과 이민을 갔어요. 학창 시절은 쭉 미국에서 보냈죠. 미국 에모리대학(Emory University)에서 생물학을 전공했습니다. 의대를 가고자 시험을 봤고 대학교 3~4학년 때는 병원에서 실습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적성에 잘 맞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던 중 취업 박람회에 갔어요. 그 자리에서 우연히 코카콜라에서 마케터를 채용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코카콜라 본사가 에모리대학 근처에 있어요. 에모리 대학교는 일명 ‘코카콜라 대학’이라고 불릴 만큼 코카콜라와 끈끈한 관계에요. 코카콜라 창업자인 코카콜라 그룹의 소유자인 우드러프 캔들러 가문이 학교에 후원해 거액의 기부금을 받아 크게 성장했죠. 다른 기업보다 익숙해서 더 친근한 느낌이었어요.
코카콜라 월드컵 트로피 투어. /코카콜라
그렇게 1998년 코카콜라 글로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팀에 지원해 입사했습니다. 2000년 호주 시드니 올림픽,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 2002 한일 월드컵 등 세계적인 이벤트의 스폰서십 마케팅을 담당했어요. 20대 중반이라는 나이에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재밌었어요. 무엇보다 코카콜라는 올림픽과 월드컵의 거대 스폰서 중 하나였어요. 규모가 엄청났죠.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각 나라의 코카콜라 담당자가 모여서 의견을 내고 조율하는 등 여러 과정을 직접 겪으면서 큰 희열을 느꼈습니다. 아이디어를 내면 그에 관한 소비자의 반응이 뒤따라온다는 게 정말 재밌었어요. 마케팅 업무가 적성에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코카콜라에서 5년여간 일한 후 더 전문적으로 마케팅을 공부하고 싶어 2003년 퇴사했어요. 그리고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캐넌 플래글러 경영대학원(MBA)에 들어갔습니다.”
크래프트가 생산하는 오레오 과자. /크래프트
-대학원 졸업 이후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거쳐 일한 거로 압니다. 이유가 있나요.
“마케터로서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MBA 과정을 마치고 코카콜라로 돌아가는 대신 2005년 크래프트 푸드의 브랜드 마케팅 매니저로 입사했어요. 크래프트 푸드는 식료품, 커피, 과자 등을 생산하는 미국의 식품 제조업체입니다. 스위스의 네슬레와 함께 세계 2대 식품 기업으로 꼽히죠. 그곳에서 과자 오레오를 담당했어요. 오레오의 경우 1년간의 판매 규모가 1조원에 달했어요. 엄청난 규모였습니다. 크래프트 등과 같은 소비재 회사의 경우 브랜드 마케팅 매니저가 제품 광고뿐 아니라 세일즈 전략, 광고 예산, 손익 분석, 고객 인사이트 분석까지 많은 부분을 관리합니다. 고객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감성적인 마케팅뿐 아니라 숫자 데이터와 고객 DB 등을 분석해서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했죠. 기존에 경험했던 게 아닌 새로운 마케팅 접근법이라서 재밌었어요. 큰 규모의 브랜드 마케팅을 직접 관리하는 게 쉽진 않았지만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신용카드 업계로 자리를 옮겼어요. 2007년에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 플래티넘 마케팅팀에서 4년간 일했고, 2011년에는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카드 프리미엄 마케팅팀 팀장직 제의를 받아 한국에 왔습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VIP용 프리미엄 카드를 막 출시할 때였어요. 신용카드 업계의 마케팅은 그간 경험한 소비재 업계의 서비스 마케팅과는 완전히 달랐어요. 우량회원을 어떻게 많이 모집할지, 회원의 카드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시장에 집중해야 할지 등에 집중해야 했어요. 팀원들과 똘똘 뭉쳐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협력하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티몬 브랜드 마케팅 실장으로 일하면서 티몬 캐릭터인 ‘티모니’를 만들었다. /티몬
이후 한국에서 다른 업계도 경험해 보고 싶어 204년에는 제분 및 사료 제조업체인 동아원에서 CMO(Chief marketing officer·기업의 마케팅 부문의 전체를 총괄하는 사람)로 1년간 일했습니다. 2015년에는 소셜 커머스 플랫폼 ‘티몬’의 브랜드 마케팅 실장으로 2년간 일했습니다. 당시 국내에서 소셜커머스가 급속도로 성장할 때였어요. 팀원들과 함께 티몬 캐릭터인 ‘티모니’를 만들었습니다. 브랜드 캠페인을 하면서 TV 광고, 옥외광고를 직접 기획했어요. 또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 코엑스 앞에서 티몬 캐릭터 퍼레이드 행사를 하면서 많은 고객을 직접 만나 소통하기도 했죠. 여러 분야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많은 역량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최지연 총괄본부장. /jobsN
-아이허브로 자리를 옮긴 이유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8년여간 있으면서 이젠 미국으로 돌아갈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 자주 이용하던 아이허브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평소 건강식품에 관심이 많아 즐겨 찾던 플랫폼이었어요. 높은 품질의 제품을 선별하고 저렴하게 공급해 전 세계 사람의 웰빙 문화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회사 미션이 인상적이었어요.
단순히 제품을 많이 팔고자 하는 회사보다 오랜 기간 세상에 좋은 의미를 전하고자 하는 회사에서 마케터로 일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2019년 아이허브로 자리를 옮겨 코리아 지사장을 맡았습니다. 지난 7월부터는 APAC 총괄본부장도 함께 맡고 있어요.”
-회사 소개 부탁드립니다.
“1996년 설립한 아이허브는 세계 최대 건강 보조제품 및 생활용품의 온라인 유통 업체입니다. 영양제, 뷰티, 식품, 생활용품, 키즈 용품, 펫 용품 등 건강·웰니스 제품을 한국, 미국, 러시아, 호주 등 전 세계 185개국에 판매하고 있는 이커머스 회사에요. 약 1300여개 브랜드의 3만여개 이상의 제품이 있어요. 모든 브랜드의 제품을 직접 검증해 선별하고 입점시킵니다. 또 판매와 배송까지 직접 해요. 작년 아이허브 총매출액은 19억달러로 한화 약 2조2300억원입니다.”
아이허브의 스마트 물류센터는 자동화 냉난방 시설을 완비해 습도나 열기, 추위로부터 제품을 보호한다. /아이허브
-경쟁사와 차별점이 궁금합니다.
“미국과 아시아 등 9개 지역에서 직접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물류센터는 자동화 냉난방 시설을 완비해 습도나 열기, 추위로부터 제품을 보호합니다. 365일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한국행 주문 제품은 캘리포니아의 스마트 물류센터에서 출고합니다. 고객이 주문하면 물류센터에서 직접 발송해 대부분의 제품이 주문 후 72시간 이내에 한국에 도착합니다. 인천에도 물류센터가 있어요. 여기에서는 일본, 싱가포르, 홍콩으로 향하는 대부분의 주문을 처리하고 있어요. 아시아 허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직접 모든 판매 제품을 까다롭게 선별해 관리한다는 점이 차별점입니다. 현재 여러 소매점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파는 유명 브랜드 제품을 입점해 보관과 배송까지 직접 해요. 그래서 고객 입장에서는 최근 증가하는 모방 제품 위험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어요.”
최근 한국에서 선보인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인 ‘러브라이프’. /아이허브
-아이허브 코리아 수장으로서 가장 중점을 두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한국은 아이허브 제품을 판매하는 전 세계 180여개국 중 매출액 순위 3위일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시장입니다. 10년간 아이허브의 성장에 큰 영향을 줬어요. 인구 대비 구매력이 큽니다. 오랜 기간 동안 직구 시장이 활성화해있고, 트렌드가 빨라 다양한 마케팅 시도를 해왔어요. 한국은 아주 중요한 시장이고, 앞서가는 국가라서 다른 나라에서도 관심 있게 보고 있어요.
최근에는 ‘러브라이프’라는 제로 웨이스트 캠페인을 선보였어요. 제로 웨이스트 광고는 기업 영상 제작을 위해 쓰이는 물·인적 자원 낭비를 최소화해 제작하는 광고를 뜻합니다. 섭외 비용이 많이 드는 연예인을 쓰는 대신 인플루언서가 직접 촬영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린 라이프스타일 영상을 편집해 만들었습니다. 최근 업사이클링(Upcycling·재활용품에 디자인과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에 관심이 많은 한국 소비자의 니즈에 맞게 제작했어요.
이처럼 나라마다 비즈니스 챌린지가 달라요. 일본은 인구 대비 구매 잠재력이 엄청나다고 봅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는 아직 성장 단계에 있는 마켓이지만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나라마다 특징이 있어 그것에 맞게 여러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최지연 총괄본부장. /jobsN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APAC 총괄본부장으로서 아시아 퍼시픽 지역에 아이허브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칠 예정입니다. 마케팅은 절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팀원 모두와 협업해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개인적인 목표로는 앞으로 커리어를 고민하는 2030세대를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멘토 역할을 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다양한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와 부담감으로 힘들 때도 많았어요. 번아웃(burnout syndrome·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로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겪기도 했죠. 하지만 여러 경험을 하면서 더 단단해진 것 같아요. 이제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비슷한 고민을 하는 청년들에게 지금까지 한 경험을 토대로 도움을 주고 싶어요.”
-커리어에 관해 고민하는 2030세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요.
“‘Get out of your comfort zone(당신의 안전지대에서 벗어나세요)’ 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네요. 익숙하고 편안한 안전지대에서 벗어나서 불편한 걸 해봤으면 해요. 그때 성장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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