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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프리스크 패러블 - 36 - (MTT 버거 레스토랑)

유동문학(221.141) 2016.06.12 01: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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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크 패러블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7.5  18  19  20  21  특별편  22  23  24  25  26  27 27.5  28  29  30  31  32  33  34  35 ]


 "와아……."


 보자마자 감탄이 나오는 건물 크기긴 하다. 네 앞에는 호텔이 있는 건물이 있었고 그 뒤에는 거대한 코어가 우뚝 서 있었다. MTT 라는 간판이 여기저기 대문짝만 하게 붙어있는 걸 보니 메타톤은 방송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서비스업도 하는 것 같았다. 호텔 안에는 여러 괴물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것 같았지만 건물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호텔의 우편에 있는 벽에는, 스프레이로 '여기에 오시면 좋은 물건들이 있어요'라고 써 있었지만, 그 골목이 으스스해 보이고 '좋은 물건'이란 게 왠지 심상치 않은 표현이라고 생각해서 가지 않았다. 너는 호텔 정문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좋은 시설은 난생 처음 보는 거라 두 눈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너를 맞이하는 건 쓸데 없이 물을 뿜어내는 메타톤 모양 분수였다. 분수니까 물을 뿜어내는 것까지는 좋은데, 굳이 그걸 호텔 로비 바닥에 뿜어내며 물바다를 만들고 있었다. 너는 물이 튀는 걸 피하며 옆으로 돌아서 지나갔다. 호텔 이용 고객을 맞이 하는 안내 데스크, 햄버거 같은 걸 파는 듯한 MTT 레스토랑이라고 쓰인 곳도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는지 괴물들이 그 앞에서 서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 모든 풍경의 배경이 된 호텔 내부는, 정말 먼지 한톨 없이 깨끗했고 빛이 났다. 메타톤 분수가 뿜어내는 물만 없다면 정말 완벽하게 말끔한 곳이었다. 하지만, 넌 물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너는 MTT 레스토랑에서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직원 괴물을 쳐다봤다. 정말 묘한 표정이었는데, 단 한 순간도 거기에 서 있는 걸 원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너는 그 괴물 앞으로 다가갔다.


 "글램버거의 고향, MTT 버거 레스토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손님?"

 "그냥 구경하러 왔어요." 

 "하하, 그렇군요."


 그 직원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너가 마음에 안 들어서라기보단, 그냥 그 자리에 서서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싫은 것 같았다. 너가 레스토랑 내부를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제일 싼 음식이 60G였는데 너는 한 푼도 없었으므로 사먹을 수가 없었다. 그냥 그 직원 뒤로 있는 별파르페나, 글램버거 등등이 정말 맛있어 보여서 기웃거렸을 뿐이었다. 머펫에게서 잔뜩 얻어먹고 왔으므로 배고프진 않았지만, 그래도 눈요기는 할만했다. 특히 별파르페는 이름값을 했다. 너가 계속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니자, 그 직원은 털을 곤두세우고 부들부들 떨었다. 이젠 진짜로 너가 거슬리는 것 같았다.


 "손님, 죄송하지만 물건을 사시지 않을 거라면 나가주셔야 됩니다."

 "아……, 죄송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태도의 괴물이었지만, 그 괴물은 자기 자신조차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으므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너는 뒤돌아서 레스토랑을 나서려 했다.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장난을 치면서 레스토랑을 나서려고 했다. 그런데 너는 한 가지 스쳐가는 생각에 그 자리에 우뚝 섰다. 너가 지하 세계에 온 이후로 저렇게 대놓고 불친절한 괴물을 본 적이 있었나?

 언다인은 따지고 보면 불친절한 게 아니었고, 화난 애완돌은 그냥 이상한 괴물이었다고 치자. 너가 지금까지 만난 괴물 중에 저렇게 불편한 태도를 고수하는 건 저 괴물이 처음이었다. 너는 그 괴물과 잠깐 같이 있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어째서 결론이 그렇게 되는 거야?


 "손님? 구매할 의향이 생기셨나요?"


 너는 레스토랑 한 구석에 있던 의자를 들었다. 너보다 살짝 작은 사이즈의 의자인지라 들기가 살짝 버거웠다. 그와중에도 직원 괴물은 묘한 표정으로 너를 그저 쳐다볼 뿐이었다. 너는 의자를 들고 직원 괴물이 있는 데스크 뒤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너는 의자를 직원 괴물 옆에 놓은 뒤에 그 의자에 올라앉았다. 괴물의 표정이 굉장히 다양하게 바뀌더니, 결국에는 엄청나게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떨고 있었다. 너는 그 옆에서 그냥 의자에 앉은 채로 데스크를 나뭇가지로 툭툭 내려치며 손장난이나 치고 있었다.

 그 괴물이 너를 쳐다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온니임? 손님을 응대하기 위해 마련된 직원의 공간입니다. 의자에 앉아서 쉬시려면 저어쪼옥에 가서 쉬시는 게 어떤지요?"


 엄청나게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너를 구박하고 있었다. 너는 옆을 돌아봐서 괴물을 봤다. 가까이서 보니까 살짝 고양이를 닮은 것 같기도 했다.


 "일하는 건 힘들지 않으세요?"

 "글램버거의 고향, MTT 버거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건 힘들지 않아요! 지금 제가 힘들다면 그 원인을 MTT 버거 레스토랑이 아닌 다른 요인에서 찾을 수 있겠네요, 소온니임?"


 고양이 괴물은 '다른 요인'이라는 말을 할 때, 눈을 크게 뜨고 너를 더욱 강렬하게 쳐다봤다. 너는 그게 기분 나쁘다기 보다, 일종의 연민을 느꼈다. 착한 괴물만 득실거린다고 생각한 이곳에서, 이렇게 불친절할 괴물을 만나는 것은 불쾌함보다 동정을 먼저 불러 일으켰다. 머펫이 해준 말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 괴물의 성격이 엄청나게 뒤틀리고 말도 안 되는 게 아니라면, 이런 식으로 너를 대하는 걸 스스로 기뻐할 리가 없었다. 직원으로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머펫이 말해준 대로, 모든 걸 착하고 안 착하고로 분류하는 것은 잘못 됐다. 다만, 그 괴물이 착하지 못 할 이유가 있다면, 그걸 너는 괜히 없애고 싶었다. 너는 어떻게 하면 고양이 괴물의 태도를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나뭇가지를 툭툭 건드리며 고심했다. 그런 와중에도 고양이 괴물은 강렬한 표정으로 너를 쳐다 보고 있었다. 너는 고심 끝에, 확실한 방법을 쓰기로 했다.


 "어, 그 있잖아요."

 "네에, 손님?"


 넌 그 고양이 괴물을 뭐라 부를지 고민했다. 잠깐 더 고민하다가 귓속말을 하기 위해 의자 위에 발을 대고 섰다. 고양이 괴물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너는 그 괴물의 귀에 입을 가져다 대기만 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지금 이거 방송에 나가고 있어요. 메타톤이 제가 다니는 걸 생방송으로 내보낸다고 했거든요."

 "하하, 그래요? 그래도 사규를 어길 순 없답니다! 손님한테 너무 잘해주는 것도 문제거든요!"


 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먹히지 않자, 침울한 표정으로 의자에 다시 앉았다. 너는 계속 우울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앉아 있다가. 의자에서 내려와서 다시 그 의자를 들어 옮기기 시작했다. 원래 있던 자리에 놓고 그냥 가던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는 낑낑 대며 의자를 옮겼고, 원래 있던 자리에 의자를 놓았다. 버거 레스토랑을 나서려고 했다. 그 순간에도 고양이 괴물은 널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그냥 코어로 가야지. 여기에선 더 볼 일이 없어.

 그런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난 배우가 정말 되고 싶었어!"


 너는 웃으면서 뒤를 돌아봤다. 여전히 불편한 표정이었지만, 그 고양이 괴물은 웃으면서 말하고 있었다. 살짝 과장된 표정과 손짓이었지만, 그래도 아까보단 나았다. 너는 재빨리 의자를 들어서 고양이 괴물 옆에 갖다놓고 앉았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나 싶었지만, 이쪽이 더 친밀감이 있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근데, 꼬마 친구, 정말로 이거 방송에 나가는 거야?"

 "어, 글쎄요. 바깥엔 카메라가 절 따라다녔는데, 여기에는 없네요."

 "그게 사실인지 아닌진 몰라도, 그러면 됐어!"


 고양이 괴물은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빠른 속도로 꺼내더니 입에 담배를 물었다. 너를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에 불을 붙였다. 애를 옆에 두고 무슨 경우 없는 짓이람. 하지만 너는 상관 없었다. 오히려 담배를 피는 모습을 보니 집에 있던 아빠가 생각 나서 오히려 더 편안해졌다. 고양이 괴물은 세상의 풍파에 찌들은 표정으로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너는 그 냄새가 살짝 불편했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리운 냄새라고 생각했다.


 "꼬마 친구, 내가 조언 하나 해주지."

 "네."

 "그렇게 맨날 아무데나 들쑤시면서 친한 척을 하는 건 좋은 게 아니야. 정말로!"


 고양이 괴물은 얼마 피지도 않는 담배를 툭툭 털고선 가게 바닥에 담배 꽁초를 던져 버렸다. 너를 쳐다보고 손을 휘저어가며 일장연설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는 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똑똑하고 매력적인 괴물들은 너를 이용해먹고 버릴 거야! 너처럼 만만한 성격이라면 더욱 이용해먹기 쉽지! 정말이라고! 이건 내 정말 진실된 충고니까 받아들이도록 해. 나도 당해본 적 있지. 착하게 대해주면,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라고 꼬마 친구!"


 갑작스레 인생의 조언이랍시고 부적절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자기가 버거를 웬 두 여자한테 몰래 주려다가 메타톤한테 걸려서 큰 낭패를 봤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이 얘기가 방송에 나가지 않기를 그저 바랄 뿐이었다. 너가 상당히 반응하기 힘든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자신이 열아홉 살인데 일평생을 낭비했다는 둥, 메타톤이 왜 유명한지 이해가 안 된다는 둥, 그다지 좋지 않은 이야기를 떠들었다.

 얘기를 듣다 보니, 이 고양이 괴물이 불쌍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일지, 너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고양이 괴물의 입에선 불평과 불만만이 나오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고양이 괴물은 최악의 삶을 살고 있으며 그 안에서 도저히 빠져나올 방법이 없었다.


 "오빠는 그래서 뭘 하고 싶어요?"

 "뭘 하고 싶냐고? 무슨 소리야? 이 지하에는 미래가 없어! 주변을 보기는 했니? 여기는 나쁜 선택의 미궁이야! 나는 평생 여기에서 버거나 팔면서 살아야겠지. 여기선 못 나가! 나갈 미래가 없거든!"


 그러면서 언제 꺼낸 건지 알 수 없는 담배를 다시 피우면서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단 하나의 희망이 있어, 꼬마 친구. 아스고어 대왕님께서 인간 영혼을 하나만 더 얻으면 우린 자유가 될 수 있어."


 그렇게 말하고서 담배 연기를 세차게 들이마시더니 내뿜으며 다시 말했다.


 "우리 모두에게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지는 거야. 그러면 이 멍청한 일도 그만 둘 수 있겠지! 그때가 되서 내가 좀 잘 되면, 널 기억해둘게 꼬마친구."


 너는 조금 불편해졌다. 고양이 괴물의 마지막 희망이 바로 옆에서 얘기를 들어주고 있단 걸 알면,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너는 그냥 그 자리를 나서기로 했다. 순식간에 자리가 불편해지기도 했고, 왠지 우울해지기도 했다. 널 기억해주겠다는 고양이 괴물을 더 생각해보려 했지만, 인간의 영혼에 대해서 말을 꺼낼 때 표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미래가 없는 지하 세계의 단 하나의 희망이, 바로 너의 목숨이었다. 그걸 원하는 괴물들은 착한 걸까, 나쁜 걸까? 둘 다 아니었다. 그저, 그 상황에 빠진 것 자체가 정말 나쁜 선택의 미궁일 뿐이었다. 너는 의자에서 내려왔다. 고양이 괴물은 담배를 또 바닥에 내던지며 말했다.


 "가려고, 꼬마 친구? 내가 직원만 아니었다면 별파르페 정도는 사줬을 텐데, 그럴 수가 없어서 미안한 걸. 의자는 내버려 둬. 내가 갖다 놓을 테니까."

 "네."


 너는 꾸벅 인사를 하면서 MTT 버거 레스토랑을 나왔다. 고양이 괴물은 너가 가자 의자를 원래 자리에 놓고선, 너가 오기 전에 있었던 것처럼 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여전히 거기에 있길 원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널 보더니, 덜 묘한 미소를 짓더니 너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너는 웃음으로 화답하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기분이 묘했다.

 주변을 둘러봤다. 너가 호텔을 이용할 처지는 안 됐고,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며 투덜대는 괴물들 사이에 끼어들기도 곤란했다. 버거 레스토랑 바로 옆에 나 있는 길 위에 'CORE'라고 써진 간판이 있었다. 저곳으로 가면 코어가 나오는 것 같았다. 너는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기계적인 소음이 너의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붙잡고 생각하는 대신, 나뭇가지를 붙잡고 그저 앞으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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