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내가 책임질테니, 땅 파요!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7.01.09 10:18:15
조회 2839 추천 0 댓글 13


“땅 파요! 내가 책임지겠소.” 2004년 3월 18일 10시 30분, 휴전선으로부터 불과 10㎞ 떨어진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에서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구본무 LG회장, 구본준 부회장(LG필립스 대표이사), 산업자원부 장관, 제○○군단장, 국내외 경제계 인사들과 파주시민 등 1,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파주 LCD산업단지와 LG필립스 공장 기공식을 거행했다. 축사를 하는 내 목소리에는 흥분과 감격이 한껏 묻어났다. “남북 대치의 현장인 경기 북부지역에서 외국인 투자가 이뤄지고 첨단산업의 메카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여기 들어서는 첨단산업단지는 한반도 안보상황의 안정과 남북한 간의 교류·협력을 촉진하는 원동력이 되어줄 것입니다. 향후 개성공단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면, 저는 이곳 파주 LCD산업단지가 남북한 경제통합을 앞당기는 기폭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기공식과 함께 드디어  LG필립스의 7세대 LCD 생산라인이 들어설 51만 평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첫 삽을 떴다. 통상적인 일정이었다면 2006년경에나 가능했던 공사 착공이 무려 2년 이상 당겨졌던 것이다. 기공식의 감회가 채 가시지 않았던 며칠 후의 대책회의. “아무래도 공사 일정을 좀 늦춰야 할 것 같은데요?” “무슨 얘기요? 지금 땅 안 파면 공사 일정을 어떻게 맞출 셈이오?” 실무 담당자의 생뚱맞은 보고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렇지만 계약도 안 된 땅을 어떻게? 나중에 문제라도 생기면….” “무조건 땅 파요. 내가 책임지면 될 것 아니오.” 기공식을 신호탄으로 1단계 부지 조성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하는데 뜻밖의 난관을 만났다. LG필립스사와 산업단지 분양가격에 대한 협의가 늦어지고 있었다. 처음 부지를 확정하고 경기도와 LG필립스가 예상한 토지대금은 대략 1500억 원 정도였다. 그러나 막상 산업단지가 지정되고 토지보상 과정에서 땅값이 많이 올라 2700억 원으로 늘어났다. LG필립스는 난색을 지었다. 국내 기업인 LG야 국내 부동산 특성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지만 50%의 지분을 가진 외국기업인 필립스는 잘 이해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이런 와중에서 산업단지 분양 계획이 늦어진 것이다. 하루라도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 뛰고 있던 우리에게 협상과 조정의 긴 줄다리는 피를 말리는 과정이었다. 일단 공사를 시작하지 않으면 6개월 후인 그해 9월까지 예정된 일정을 맞추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엄연히 남의 땅에서, 토지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아 돈도 지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굴삭기를 동원해 땅 파기 공사를 시작하자 이번엔 경기지방공사 사장이 일을 가로막고 나섰다. “지사님, 법적인 하자가 있습니다. 땅을 파게 할 수 없습니다.” 경기지방공사에서 LG필립스로 토지소유권이 넘어가지 않은 상황에서 땅을 파는 것은 절차상 불법이라는 얘기였다.   “나도 알아요. 그렇다면 LG필립스와 합의가 안 되면 이 땅을 딴 데 줄 거요?” “아닙니다.” “이 땅은 LG필립스를 위한 산업단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딴 데 줄 것도 아니고 공사를 계속하게 해야지요. 묘소 이전 때문에 생고생을 하고 겨우내 천막을 쳤던 이유가 뭡니까?” “…….” 나라고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걸 왜 모를까. 가격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는 상황이지만 결국 합의에 이를 수밖에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내가 워낙 강력하게 밀어붙이자 지방공사 사장도 어쩔 수 없이 수긍했다. 이렇게 해서 공사 문제는 일단락됐다 싶었는데 일주일쯤 지나서 오국환 경기지방공사 사장이 또다시 찾아왔다. “지사님, 아무래도 공사중지 명령을 내려야겠습니다.” “나중에 감사 때 문제가 생길까 봐 그러십니까?” “아닙니다. 감사도 감사지만, 이렇게 불법적으로 하다가 혹시 사고라도 나면 지사님께서…?” “음….” 나도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만약 사고라도 나면 아무리 도지사라도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섞인 얘기였다. “안전대책을 최대한 강구하겠소. 그래도 공사는 중지할 수 없어요.”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이후에도 몇 번을 더 찾아와 형식적으로라도 공사중지 명령을 내려야겠다고 했다. 경기지방공사의 사장으로서는 성실하게 자신의 책무를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도지사가 책임진다고 해도 도지사야 몇 년 임기를 마치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담당 공무원들은 몇 년이 지난 일을 가지고도 감사를 받고 책임 추궁을 당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그들의 애로는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이 동의하며 묵묵히 따라준 공무원들, 특히 경기지방공사 사장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사실 이때의 일을 계기로 경기도의 감사 방향이 “왜 해주었나?”에서 “왜 안 해주었나?”로 전환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뒤에 따로 얘기하겠다. 일반적으로 착공을 하면 철거와 벌목을 하고 폐기물을 처리한 다음, 땅을 파내고 메우는 순으로 작업이 진행된다. 그 다음 지하 매설물 설치, 단지 포장공사, 조경 등의 순서에 따라 단계별로 진행된다. 하지만 파주 산업단지는 전통의 방식으로는 도저히 일정을 맞출 수 없었다. 나는 1일 3교대 24시간 작업방식으로 철거와 벌목을 하면서 폐기물 처리, 토목공사, 건축 공사까지 함께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어두운 밤을 훤히 밝히고 수천 명이 공사를 벌이던 현장의 모습은 일대 장관을 연출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마침내 LG필립스의 요구 시한인 2004년 9월에 1단계 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 사소한 절차를 어기고 공사를 강행했던 이 사건은 후에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별 탈 없이 넘어갔다. 감사를 담당했던 사람들 역시 당시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사 강행이 옳았다는 쪽에 손을 들어준 셈이었다. 만약 내가 그때 절차만 따지고 토지계약서가 넘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면 공장 가동은 1년 이상 늦어졌을 것이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인과 헤어지고 뒤끝 작렬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2 - -
공지 [공지]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연재합니다 [1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1.27 2771 1
177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국민 좀 먹고살게 해주세요 [2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21 4945 12
176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경기도만 잘되자고 하는 일이 아닙니다 [6]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12 2593 0
175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자국 기업을 역차별하는 나라 [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08 2270 0
174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나라를 위해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04 2430 0
173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세상에 공짜 투자 유치는 없다 [2]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5.29 1533 0
172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노조와 함께하는 투자유치활동 [5]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5.25 2041 1
171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외자유치? 아니죠! [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5.14 2058 0
170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경제 비즈니스는 친목활동이 아니다 [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5.09 2134 0
169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외국기업 [1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30 2322 1
168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에피소드 1,2,3 [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24 2050 0
167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단지 길 하나 내준 것뿐인데 [2]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20 1640 0
166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다 [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16 2129 0
165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구로다 사토미 미크니색소 사장의 詩 [2]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05 1994 0
164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일단 쳐들어가라 [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02 2118 0
163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백고초려인들 마다하랴 [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3.29 2111 0
162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배알이 뒤틀려도 참고 견뎠다 [5]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3.26 2363 0
161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실적에 급급해 하지 마라 [2]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3.23 1477 0
160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일본 기업인과의 폭탄주 한잔 [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3.20 2702 0
159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맨땅에 헤딩한 지멘스 R&D센터 [6]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3.07 2837 0
158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스미토모와 (주)농심의 토지 맞교환 [6]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2.26 2985 0
157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미국에서 압수당한 김밥 [9]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2.20 3464 0
156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실속있는 스케줄 짜기 [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2.12 2501 0
155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오우, 크레이지 스케줄! [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2.05 2699 0
154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그렇게 떼를 쓰시더니, 이제 만족하십니까? [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1.31 3015 0
153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2012년까지 자그마치 25조원! [9]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1.23 2777 0
152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흥분한 주민들과의 줄다리기 [6]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1.17 2221 0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내가 책임질테니, 땅 파요! [1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1.09 2839 0
150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5천평짜리 초대형 천막의 비밀 [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1.02 3271 0
149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난제 중의 난제, 분묘 이장 [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27 2387 0
148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별★'들을 만나다 [8]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22 1760 0
147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어디 마음대로 되나 봅시다 [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18 1721 0
146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저 손학규, 믿어주세요 [1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12 2104 0
145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무조건 LG필립스를 잡으시오! [1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08 2537 1
144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당장 소방헬기 띄워! [2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04 2753 0
143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그렇게 떼를 쓰시더니 이제 만족하십니까? [4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01 2044 0
141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총성없는 일자리 전쟁의 시대 [52]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1.27 2105 0
140 이제 답변해 보겠습니다 [4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1.17 2757 0
139 100일 민심대장정 - 사람 죽이는 정치 때문에 [2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31 2625 0
138 100일 민심대장정 - 손학구 혹은 민심대작전 [28]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23 2710 0
137 100일 민심대장정 - 내가 맨 땅에 헤딩하는 이유 [1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16 2677 0
136 100일 민심대장정 - 껍데기는 가라! [1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12 1660 0
135 100일 민심대장정 - 좌우가 없어야 희망이 보인다 [15]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08 1797 0
134 100일 민심대장정 - 결국은 교육이다 [48]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02 2765 0
133 100일 민심대장정 - 무조건 농촌은 살려야 한다 [1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26 2067 0
132 100일 민심대장정 - 커서 엄마처럼 살래? [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25 1758 0
131 100일 민심대장정 - 군인의 아내로 살아가기 [11]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18 3353 0
130 100일 민심대장정 - 갱 안에서의 담배 한 개피 [2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15 2654 0
129 100일 민심대장정 - 에이 씨발 밥도 못먹게... [25]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13 5520 0
128 100일 민심대장정 - 삼성이 자랑스럽고, 또 걱정스럽다 [29]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12 3610 0
1234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