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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백고초려인들 마다하랴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218.50) 2007.03.29 09:30:15
조회 2110 추천 0 댓글 4


“ TFT-LCD의 최대 성패 요인은 핵심이 포토마스크 기술인데 호야사는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습니다. 지사님, 이 기업은 꼭 유치해야 합니다.”
삼성전자 구매 책임자가 어느 자리에서 호야사 유치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역설했다.

“그래요?”
독보적인 기술력이란 말에 나는 귀가 번쩍 띄어 관심을 가지고 되물었다. 한국에 투자하려는 모든 외국기업이 소중하지만 그 중에서도 규모와 관계없이 한 나라의 첨단산업 발전을 위해 전략적으로 반드시 유치해야만 하는 기업이 있다.

호야(HOYA)사가 그랬다. 반도체와 FPD산업의 핵심부품인 포토마스크를 생산하는 호야사는 TFT-LCD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꼭 투자 유치를 성사시켜야 할 중요한 기업이었다. 삼성전자에서도 안정적인 부품공급을 위해 호야사의 국내 공장 설립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호야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안경 끼는 사람들은 왠만하면 알고 있다는 호야사는 반도체와 액정디스플레이용 포토마스크를 필두로 광학기기렌즈, 전자용 글라스 등을 생산하는 종업원 15,000명의 일본 내 대기업이었다.
삼성으로서는 당시 충남 아산에 건설 중이던  TFT-LCD 7세대 라인에 포토마스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하여 호야사의 생산 공장이 한국에 들어서야 할 필요가 있었다. 

“출장계획 잡으세요. 일단 만나봐야 일을 풀 수 있지 않겠어요?”
나는 호야사 유치를 위해 우선 경제투자관리실장을 도쿄 신주쿠의 호야사 본사로 보냈다. 그러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우리가 제안한 포승단지가 해안가에 인접해 있어 염분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그러면 제품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었다. 전문지식과 정보가 적었던 탓에 상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카드를 내민 셈이었다.  

나는 실무 팀에게 보다 철저히 준비할 것을 당부하면서 내가 직접 호야 본사를 방문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대안은 포승단지보다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현곡단지였다.

2003년 7월, 나는 동경 호야 본사에서 스즈끼 히로시 호야 사장과 직접 면담을 했다. 첫 대면 때 스즈끼 사장은 ‘여기 왜 왔어요?’ 하는 식으로 냉담한 태도를 보였고 건성건성 대꾸했다. 젊은 사람이 영어도 잘했고 여느 일본 기업인들과 달리 모던하고 국제적인 감각도 갖춘 분위기였다. 알고 보니 오너의 아들로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고 호야 미국지사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었다.

첫 만남에서 자존심이 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는 파주에 LG필립스 단지가 조성되고 있는 상황과 한국의 TFT-LCD 발전상을 열심히 설명하면서 지금이 한국에 직접 투자할 적기라고 역설했다. 경기도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반응은 역시 탐탁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언뜻 호야사가 생각이 나서 어떻게 되었느냐고 담당 직원에게 물었더니 “대만으로 가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무척 아쉬웠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다시 실무자를 일본에 보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게 하였다. 실무자의 보고도 똑같았다.

“호야는 물 건너갔습니다. 대만 투자가 확실합니다.”
이 무렵 다시 삼성전자 쪽 인사를 만났는데 이런 이야기를 했다.
“호야가 대만에 투자하기로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5세대입니다. 7세대는 아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5세대 이후는 노력 여하에 따라 한국으로 끌고 들어올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소중한 정보라고 판단하고 ‘그래 한 번 더 찾아가자.’고 마음먹었다.

2004년 2월 나는 또다시 호야사의 스즈끼 사장을 찾아갔다. 두 번째 만남에서 스즈끼 사장은 대만에 투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투자하기는 어렵다며 무척 난감해했다. 그날 만남에서도 투자에 대한 확실한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호야에서 부장급 실무자 2명을 한국에 파견했다. 한국의 상황을 제대로 알아보자는 심사였다.

나는 실무진이 만나는 조찬 장소에 삼성전자 관계자를 대동하고 직접 찾아가 우리가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실감하도록 해줬다. 이 사실은 당연히 호야 본사의 스즈끼 사장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경기도에서 정책적으로 호야사의 투자를 적극 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던 탓인지 일본의 실무자들이 다녀간 후 호야의 태도는 급속도로 변했다.

드디어 2004년 5월 호야사와 경기도는 일본 도쿄에서 투자를 결정짓는 MOA를 체결했다. 나와 스즈끼 사장의 세 번째 만남이었다. 나는 그의 손을 꼭 잡으며 현명한 판단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고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스즈끼 사장은 “한국에 R&D투자를 하고 최신의 제품을 생산해 일본으로 역수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리 보좌진들은 내가 세계적인 첨단기술을 보유한 호야사 유치를 위해 스즈끼 사장을 세 번 만난 것을 두고 유비가 제갈공명을 찾은 삼고초려(三顧草廬)에 비유한다. 좀 지나친 비유란 생각도 들지만 우리 첨단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삼고초려가 아니라 ‘백고초려’라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외국기업 대부분이 세 번, 네 번 만나고 또 만나면서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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