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자국 기업을 역차별하는 나라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218.50) 2007.06.08 15:34:24
조회 2269 추천 0 댓글 3


2005년 5월 7일 오전, 정부 중앙청사 9층 회의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경기도지사인 나와, 경제부총리, 건교부 장관, 산자부장관, 교육부 장관,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비롯해 청와대 경제수석, 수도권 지자체단체장 등이 함께 모여 제3차 수도권발전대책 협의회를 하고 있었다.

수도권 내의 첨단기업 신증설 문제와 수도권 규제개혁 문제, 특히 외국첨단기업의 투자제한과 국내 첨단대기업의 증설문제를 놓고 토의하는 자리였다.

“현재 6대 대기업 투자자금 3조 6천억 원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시급히 해결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산업자원부 장관

“대기업이 투자한다고 하면서 실제로 투자하지 못하는 근본 이유는 수도권 규제 때문입니다. 명분론에 빠져서 투자를 못 하게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규제완화는 점진적으로 해야 합니다. 각 지방이 첨단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점을 감안해, 허용하더라도 아주 좁은 범위 내에서 검토해야 된다고 봅니다.”    -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수도권에 국내 첨단대기업 신증설 허용 문제는 오늘 당장 결정해야 할 절박한 사안이 아닙니다. 다음 4차 회의로 넘겨 논의하기로 합시다.”  - 국무총리

솔직히 나는 첨단대기업의 수도권 입지 문제는 이미 9차례의 실무 협의를 마친 상태라 이 자리에서 큰 어려움 없이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산자부 장관이나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던 교육부 장관까지 공개적으로 찬성 편에 섰던 것은 그분들의 실무적인 경험에 바탕을 둔 입장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 첨단 대기업 수도권 입지 허용이 이미 실무적으로 합의가 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건교부 장관과 경제수석이 적극적으로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건교부 장관은 아예 총대를 메고 나온 듯했다. ‘지방의 반발이 심하다. 지방 균형발전이 이루어지고 난 후에나 수도권 규제완화를 생각해볼 수 있다.’며 원점으로 돌아가 강경론을 펴고 있었다.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런 회의에서 일반적으로 발언을 아끼는 법인데, 관례를 깨고 적극적인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었다.

결국 국무총리는 “지방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고 추후에 협의하자.”며 수도권 첨단대기업 입지 허용을 보류시켰다. 이 바람에 외국 첨단기업 규제완화 문제도 함께 보류되었다. 

내 기대와는 너무나 다른 상황이 전개되었던 것이다. 나는 그날 수도권 첨단대기업 입지에 대해 실무선에서 합의된 대로 동의해주고 다음 단계의 구체적 문제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었는데 건교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이 발목을 잡으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었고 결국 국무총리가 그쪽 손을 들어주었던 것이다. 직감적으로 각본에 의해 회의가 진행되고 이미 결론을 내렸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한 술 더 떠서 ‘나는 해먹을 만큼 해먹었다. 더 이상은 바랄 것도, 무서운 것도 없다. 대통령이 시킨다 하더라도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은 절대 하지 않겠다.’라며 국내 첨단대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 노골적으로 감정적 표현까지 해가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나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나는 수도권의 도지사로서 개인적인 정치적 손해를 무릅쓰고 현 정권의 행정 중심 복합도시 안에 찬성했던 터였다. 국가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국가균형발전도 무시할 수 없는 중대한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정권은 ‘여우와 두루미의 우화’처럼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 먹으라고 강요하는 셈이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국내 첨단대기업의 투자 허용 조치가 최소한으로나마 내려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총리는 논의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았습니다. 나는 더 이상 이 자리에 있는 게 의미가 없다고 판단합니다. 그만 일어서겠습니다.”

자국의 기업을 역차별한다는 발상, 도대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수행원들과 함께 회의장을 빠져 나왔다. 회의장을 박차고 나온 사건을 두고 정부 여당은‘대권에 눈이 먼 정치적 쇼’라거나 ‘대권 후보의 입장에서 기업 편들기를 하려 한다.’고 몰아 세웠다. 언론에서는 ‘국무총리와 경기도지사가 한판 붙었다.’는 식의 흥미 위주 보도를 내보냈다.   

어이가 없었다. 회의 도중에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던 나의 답답한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려봤을까? 아니,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여당의 경제 분야 전문 국회의원이나 각 부처의 실무자들의 의견을 한번이라도 귀담아 듣고 말하는 것일까?

정치 논리에 가로막혀 날아가는 일자리를 눈 뜨고 버젓이 보고 있자니 참을 수가 없었다. 정치적 이벤트나 쇼에 익숙한 이들의 눈에는 일자리 창출 문제조차도 그런 범주에서밖에 생각하지 못하나 싶어 안타까운 마음 가눌 길이 없었다.

>>< src= width=1 height=1>>>>>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인과 헤어지고 뒤끝 작렬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2 - -
공지 [공지]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연재합니다 [1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1.27 2771 1
177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국민 좀 먹고살게 해주세요 [2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21 4943 12
176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경기도만 잘되자고 하는 일이 아닙니다 [6]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12 2593 0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자국 기업을 역차별하는 나라 [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08 2269 0
174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나라를 위해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04 2430 0
173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세상에 공짜 투자 유치는 없다 [2]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5.29 1533 0
172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노조와 함께하는 투자유치활동 [5]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5.25 2040 1
171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외자유치? 아니죠! [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5.14 2058 0
170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경제 비즈니스는 친목활동이 아니다 [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5.09 2134 0
169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외국기업 [1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30 2321 1
168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에피소드 1,2,3 [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24 2049 0
167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단지 길 하나 내준 것뿐인데 [2]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20 1640 0
166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다 [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16 2128 0
165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구로다 사토미 미크니색소 사장의 詩 [2]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05 1994 0
164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일단 쳐들어가라 [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02 2118 0
163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백고초려인들 마다하랴 [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3.29 2110 0
162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배알이 뒤틀려도 참고 견뎠다 [5]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3.26 2363 0
161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실적에 급급해 하지 마라 [2]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3.23 1477 0
160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일본 기업인과의 폭탄주 한잔 [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3.20 2702 0
159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맨땅에 헤딩한 지멘스 R&D센터 [6]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3.07 2837 0
158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스미토모와 (주)농심의 토지 맞교환 [6]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2.26 2985 0
157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미국에서 압수당한 김밥 [9]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2.20 3464 0
156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실속있는 스케줄 짜기 [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2.12 2501 0
155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오우, 크레이지 스케줄! [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2.05 2698 0
154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그렇게 떼를 쓰시더니, 이제 만족하십니까? [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1.31 3015 0
153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2012년까지 자그마치 25조원! [9]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1.23 2777 0
152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흥분한 주민들과의 줄다리기 [6]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1.17 2221 0
151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내가 책임질테니, 땅 파요! [1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1.09 2839 0
150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5천평짜리 초대형 천막의 비밀 [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1.02 3270 0
149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난제 중의 난제, 분묘 이장 [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27 2386 0
148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별★'들을 만나다 [8]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22 1760 0
147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어디 마음대로 되나 봅시다 [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18 1721 0
146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저 손학규, 믿어주세요 [1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12 2104 0
145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무조건 LG필립스를 잡으시오! [1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08 2537 1
144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당장 소방헬기 띄워! [2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04 2753 0
143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그렇게 떼를 쓰시더니 이제 만족하십니까? [4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01 2044 0
141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총성없는 일자리 전쟁의 시대 [52]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1.27 2105 0
140 이제 답변해 보겠습니다 [4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1.17 2757 0
139 100일 민심대장정 - 사람 죽이는 정치 때문에 [2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31 2625 0
138 100일 민심대장정 - 손학구 혹은 민심대작전 [28]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23 2709 0
137 100일 민심대장정 - 내가 맨 땅에 헤딩하는 이유 [1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16 2677 0
136 100일 민심대장정 - 껍데기는 가라! [1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12 1660 0
135 100일 민심대장정 - 좌우가 없어야 희망이 보인다 [15]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08 1797 0
134 100일 민심대장정 - 결국은 교육이다 [48]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02 2765 0
133 100일 민심대장정 - 무조건 농촌은 살려야 한다 [1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26 2067 0
132 100일 민심대장정 - 커서 엄마처럼 살래? [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25 1758 0
131 100일 민심대장정 - 군인의 아내로 살아가기 [11]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18 3353 0
130 100일 민심대장정 - 갱 안에서의 담배 한 개피 [2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15 2654 0
129 100일 민심대장정 - 에이 씨발 밥도 못먹게... [25]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13 5520 0
128 100일 민심대장정 - 삼성이 자랑스럽고, 또 걱정스럽다 [29]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12 3610 0
1234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