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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노조와 함께하는 투자유치활동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218.50) 2007.05.25 19:32:37
조회 2040 추천 1 댓글 5


“투자유치단 새롭게 구성하세요!”

내가 취임하자 외자유치 담당의 투자진흥 팀은 해체될 거라는 소문이 돌면서 담당자들의 사기도 형편없이 떨어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지난날의 개발 프로젝트 식의 외자유치에 별반 흥미를 보이지 않았던 탓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야말로 오판이었다. 나의 고민은 오히려 ‘투자진흥 팀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투자유치단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하는 데 있었다. 
내가 첨단 외국기업 유치 활동에 집중시키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우자 경기도 투자진흥팀은 예전처럼 다시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방향을 잃고 사기가 떨어졌던 투지진흥팀의 직원들을 격려하면서 나는 ‘공무원이 아닌 세일즈맨이 되어 최선으로 힘닿는 데까지 뛰어줄 것’을 요구했다. 투자진흥팀에 다시금 활기가 돌기 시작했고, 명함도 예전의 공무원 명함이 아니었다.

언뜻 보면 자동차나 보험 세일즈맨 명함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진을 넣어 새로 만들었다. 거기에 경기도를 홍보하는 각종 자료를 챙겨서 국내외 첨단업체를 찾아 나서게 했다.

무엇보다 내가 앞장서서 미국과 일본, 유럽을 돌며 투자유치 활동을 펴기로 마음먹었다. 함께 떠나는 투자유치단도 새롭게 구성했다. 경기도 투자유치단은 예전에도 나름대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왔고, 기존의 구성은 지사와 실무팀, 도의회, 언론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나는 더 효율적이고 강력한 조직을 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사님, 외국 기업의 구미를 당길 요소가 필요합니다. 투자유치단에 대기업 구매팀도 포함시킵시다. 노조 지도자도 함께 가면 더욱 좋겠고요.”
내가 투자유치단을 어떻게 구성할까 하고 고민하는 줄 안 한현규 정무부지사가 제안을 했다.
새롭게 대기업의 구매 담당자를 포함시켜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노조 지도자의 동행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외국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사줄 수 있는 우리나라 대표 첨단기업인 삼성이나 LG, 현대자동차의 구매 책임자를 포함시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기업 쪽에서도 국내에 꼭 유치해 협업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외국의 첨단기업들이 있는 터라 서로 쉽게 합의할 수 있었다. 

실제로 외국기업의 경영진들이 한국에 투자를 결정하기에 앞서 가장 불안하게 여기는 사항 중의 하나가 ‘한국의 불안정한 노사관계’였다. 그러나 노조 지도자를 포함시키자는 안은 쉽사리 우리 맘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어렵게 어렵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한국노총 경기도지부 이화수 의장에게 이러한 취지를 설명하고 외국첨단기업 유치 활동에 동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반응은 의외였다.
“좋습니다. 노동조합도 가장 중요한 목표가 고용안정 아닙니까? 일자리를 만드는 일라면 얼마든지 협력해야지요.”

되는 집안엔 가지나무에도 수박이 열린다고 하던가. 느낌이 좋았다. 나는 이화수 위원장의 결단에 찬사를 보내면서 투자유치단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필요한 경우 산자부나 중앙부처의 관계자들도 함께 참여시켰다. 그야말로 경기도의 투자팀은 외국기업 투자유치 활동에서 실질적인 노사정(勞使政)을 이뤄내고 있었다.

대기업 구매팀과 노조 지도자가 포함된 경기도의 투자유치단은 2004년 2월 일본 방문으로 첫 발을 내디딘 이래 지금까지 외국첨단기업을 유치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최전방의 전위부대로서 기대 이상의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

경기도의 외국첨단기업 투자유치에서 투자유치단의 구성과 함께 관련 공무원 조직을 바꾼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 비결의 핵심요소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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