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먹고 살게 해주세요.”
지난해 추석 무렵 가까운 사람들과 지리산에 올랐다. 매년 여름휴가 때면 지리산을 오르곤 했는데 작년에는 평화축전 등 경기도의 여러 행사 때문에 뒤늦게 가진 산행이었다.
능선을 따라 걷다가 자연스레 말동무 한 사람을 만났다. 직업이 트럭운전사라고 했다.
“요즘 정말 죽을 맛입니다.”
나의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에 그는 내가 정치인이란 걸 알아보고 대뜸 신세한탄으로 답했다.
“경기가 정말 안 좋죠?”
“안 좋은 정도가 아니라 한 마디로 죽으라는 거나 다름없죠.”
그의 넋두리 섞인 얘기에는 머리가 끄덕거려졌다. 한 달 내내 운전을 해서 버는 수입은 300만 원 정도, 그 중에서 할부금 내고 기름값 빼고 세금 떼고 나면 손에 떨어지는 건 100만 원이 채 안 된단다. 이 돈으로 애들 교육시키면서 밥 먹고 살기가 참 팍팍하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나마도 수입이 점점 줄어드는 판이라 앞으로 세상 살 일이 더욱 막막하다고 했다.
“국민들 좀 먹고 살게 해주세요.”
산행을 마치고 헤어질 때, 내 손을 꼭 쥐며 했던 말이 천근 무게로 가슴 한켠을 짓눌렀다.
얼마 전, 제주도에 사는 실직한 40대 가장이 딸에게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어준 뒤 자살했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읽었다. 3년간 취업을 못 해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20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도 있었다. 이런 소식들을 전해들을 때마다 속이 치밀어 오른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가 꿈을 접고 죽음을 선택해야만 하는 현실, 한창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한 삶을 설계해야 할 가장이 생계의 절벽 앞에서 죽음의 길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 이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자화상인가 싶어 분노가 치밀었다.
도대체, 우리의 현실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참으로 한심할 뿐이다. 이 정권은 입만 열면 서민을 위한다고 하는데 어째서 서민들은 갈수록 더 깊은 생활고의 늪으로 빠져들어야 한단 말인가.
나는 정치인이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일은 일자리 창출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주어, 적어도 배고파 좌절하고 몸부림치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그 어떤 명분을 들이대도 정치는 국민을 배부르고 등 따습게 해주는 일이 가장 우선이다. 국민이 배고픈 나라, 국민을 굶기는 정권은 잘못된 정권, 실패한 정권이다.
30여 년 전, 혈기왕성했던 20대 학창시절부터 나는 늘 서민들의 생존권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개발독재 시대의 18시간에 가까운 살인적인 노동시간과 열악한 노동조건, 그리고 노동 강도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 가난한 노동자와 빈민들의 ‘생존권 보장’ 문제는 당시 나의 삶의 목표였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민중들의 ‘생존권보장’을 실현하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기 위해 산업현장에 직접 뛰어들었다.
대학시절 무기정학을 맞고 강원도 탄광에 가서 일했고, 졸업하고 나서는 소설가 황석영과 함께 구로공단에 조그마한 자취방을 얻어 목공장 노동자로 일하기도 했다. 유신체제 아래서 수배를 받고 도망을 다닐 때는 철공소에서 용접공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후 박형규 목사를 만난 다음부터는 청계천 판자촌에 사는 가난한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빈민운동을 했다. 그랬던 손학규가 지금 일자리 창출과 첨단기업 유치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30년 전의 대학생 손학규가 한국비료 밀수사건 규탄 데모로 무기정학을 받고 유신체제의 반서민적 기업정책에 대항하여 투쟁했다면, 지금의 손학규는 우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첨단외국기업 유치를 놓고 한 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잘못된 관행과 규정을 고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30년 먹거리를 만들기 위한 사업, 서민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21세기형 투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때는 노동자의 인권을 위한 투쟁이라면 지금은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한 투쟁이다. 어찌 보면 시대가 다르고 방법이 달라 보이지만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뜻은 똑같다.
노동운동, 빈민운동을 펼치던 청년 시절의 그 열정을 그대로 퍼부어 우리 시대의 서민들의 삶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청에서 과천 정부종합청사나 서울로 갈 때 자주 이용하는 과천-의왕고속도로의 과천터널 앞에는 경기도의 일자리 창출 성과가 표시되는 전광판이 있다.
전광판을 볼 때마다 나는 새롭게 마음을 다잡으며 초심으로 돌아가곤 한다. 언제쯤 과천터널을 일자리 걱정 없이 지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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