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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경기도만 잘되자고 하는 일이 아닙니다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7.06.12 13:54:55
조회 2591 추천 0 댓글 6


경기도 용인에 있는 흥진크라운이라는 회사는 ‘HJC’라는 유명한 브랜드로 세계 헬멧시장을 제패하고 있다. 전 세계 시장점유율 15%, 2위인 이탈리아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7%니까 가히 세계 최고의 명성을 인정받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년 연구개발비로만 100억 원씩 투자하는 알짜 중의 알짜 회사인데, 중국 이전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더 많은 생산을 하고 싶어도 수도권 공장 총량제가 발목을 잡아 더 이상 공장을 짓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해결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공장을 분리해 생산성을 떨어뜨리느니 차라리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인건비도 싼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게 낫겠다는 계산이다.

이천에 있는 장난감 제조회사 레고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레고사 본사는 한국 레고사에 2억 달러를 투자하려 하다가 수도권 규제로 인해 투자를 하지 못하고 결국 독일로 갔다. 3억 달러를 투자하려던 페어차일드도 같은 이유로 독일로 발길을 돌렸다.

그렇다고 우리는 외국기업을 무조건 경기도에만 유치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경기도가 아니고 다른 곳으로 가겠다고 한다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나는 우리 경기도 공무원에게 누누이 강조한다.
경기도의 경쟁상대는 우리나라 다른 지방이 아니다. 중국의 베이징권과 상하이권, 일본의 동경권, 미국의 뉴욕권 등 세계의 유력한 도시경제권과 경쟁하고 있다.

경기도는 어디까지나 ‘세계 여러 나라와 경쟁하는 경기도’이지 ‘대한민국의 다른 지방과 경쟁하는 경기도’가 아니다. 지방으로 갈 외국 공장을 경기도에 유치하려는 것도 아니고 지방에 투자할 국내 자본을 경기도에 억지로 끌어드리려는 것도 아니다. 

세계적인 유리기판 제조회사인 독일 쇼트 Schott의 경우 처음에는 대만과 한국의 경기도를 놓고 투자처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프로젝트가 워낙 크고 중요해서 우리 이재율 국장이 독일 현지에 가서 투자유치 활동을 벌였고 이 국장의 건의에 따라 2004년 7월에는 내가 직접 독일 마인츠에 있는 쇼트사를 방문하여 투자협상을 벌였다.

마우흐 Mauch 사장을 비롯한 쇼트의 경영진은 아주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웅게호이어 Ungeheuer 회장과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우리는 어떻게든 쇼트를 한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쇼트 측에서도 경기도의 열의와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입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제의한 화성 장안단지가 최고의 위치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평탄작업과 용수문제 등 입지상의 몇 가지 세부 문제에 대해 우리는 아주 구체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했고 쇼트는 만족해했다. 쇼트의 경기도 투자 결정이 거의 확정된 듯했다. 우리 실무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쇼트의 실무자들 반응으로 봐서 경기도로 거의 결정된 것 같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다른 지역으로 강력히 밀었다. 쇼트가 중앙정부의 의도를 읽고 고민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우흐 사장이 나를 만나자고 해서 공관으로 만찬에 초대했다. 그때 나는 마우흐 사장으로부터 한국으로 투자를 결정했다는 말과 함께 대상지로 다른 지역도 같이 검토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동안 내적으로 고민해오던 것을 솔직히 말하는 것이었다.

“쇼트가 한국으로 투자를 결정한 이상 경기도건 다른 지역이건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으로 투자를 결정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 투자대상지를 결정하는 것은 투자자가 판단할 성질인 만큼 입지를 어디로 결정하더라도 나나 경기도에 절대로 부담을 갖지 말라.”

나는 이렇게 말했다. 마우흐 사장은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대답했다. 그의 대답에는 진심이 어려 있었다. 그동안 경기도가 쇼트를 유치하기 위해 쏟은 정성과 노력을 그는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우흐 사장이 가고 난 뒤 나는 경기도 공무원들에게 “쇼트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지 말자. 한국에 온 것으로 만족하자. 경기도가 할 일이 바로 이거다.”라고 말했다.
내 말을 듣고 있던 이재율 국장의 눈에 이슬이 맺히는 것이 보였다.

세계적인 백신회사인 GSK도 비슷한 경우다. GSK에서 한국 경기도 투자에 관심을 갖고 유럽의 본사를 방문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2005년 1월중에 방문하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일부러 다른 일정을 이에 맞추어 유럽 방문 계획을 세웠다.

벨기에의 릭센하르트에 있는 본사를 찾아가자 GSK는 우리가 소개한 투자환경에 아주 만족하며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다. 그 뒤 GSK에서 우리를 방문하여 GSK가 생산할 백신이 동남아시아를 포함하여 광범위한 지역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싱가포르도 투자 대상지로 검토하고 있으나 경기도가 여러 가지로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고 말하며 투자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의 개입이 시작되었다. 다른 도의 OO시에 의약단지를 조성하고 있어서 그쪽으로 강력히 민다는 것이었다. 청와대 수석이 간여하고 대통령 자문관이 GSK 관계자를 면담한다는 말도 들려왔다. 나는 경기도 실무자에게 절대로 다른 지역과 경쟁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우리 실무자의 보고에 따르면, 백신은 국제 비행장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 하고 우수한 연구 인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수도권에서 멀리 갈 수는 없다는 것이 GSK의 판단이지만, 보급 문제가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서 난처한 입장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우리 경기도는 싱가포르와 경쟁하는 것이지 다른 지방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항시 명심하도록 단단히 일러 놓고, 단지 다른 나라로 갈 경우에 대비해서 경기도로 잡아놓을 방법을 강구하도록 했다.

해당 도지사에게서도 전화가 왔다. 나는 절대로 우리가 그 도와 경쟁하는 일은 없도록 할 테니 걱정 말라고 했다. 나를 벨기에까지 가도록 권유했던 GSK Korea 사장은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면서 우리 실무자에게는 자기들은 경기도로 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계속 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GSK 백신사업부 쟝 스테파니 사장이 나를 방문했을 때 GSK가 한국에 오기만 한다면 어디든 상관없으니 절대로 부담 갖지 말라고 당부했다. GSK에서도 나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사의를 표했다. GSK는 결국 의약단지를 조성한다는 도(道)로 가지 않고 한국의 다른 곳에 투자를 결정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나는 자신에게 다시 다짐했다.

“세계속의 경기도-어디까지나 세계를 상대로 경쟁하고 세계를 향해 힘차게 뻗어나가는 거다. 대한민국을 세계로 이끌고 나가 우뚝 세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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