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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5천평짜리 초대형 천막의 비밀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7.01.02 13:29:55
조회 3269 추천 0 댓글 7


“천막 쳐요. 온풍기도 돌리고.” “ 지사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내년 3월에 착공하려면 문화재 발굴 조사가 끝나야 하는데 11월이면 땅이 얼어버립니다. 그러면 내년 봄까지 미뤄야 합니다.” 산 넘어 산이라 했던가. 묘소 이장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이번에는 문화재 발굴 조사가 앞을 가로 막았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시굴대상지 8만 평을 8개 구역으로 나누고, 소유자들로부터 토지사용승낙을 받은 곳부터 먼저 시굴하는 방법으로 작업을 벌여오던 차였다. 심지어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지 못한 곳은 파주시장과 경기지방공사 사장의 ‘민원발생 시 책임 소재 확약서’로 대체하여 시굴조사 허가를 받아내고 작업을 강행하기도 하였다. 모두가 하루라도 빨리 문화재 시·발굴 작업을 끝내고 이듬해 봄 공장 건설 착공일자를 맞추려는 고육책이었다. 이렇게 서둘렀건만 주어진 시간은 너무나 모자랐다. 작업 속도를 높일 대로 높였지만 때는 바야흐로 겨울로 접어들어 날씨는 차고 땅은 얼어붙기 시작했다. 문화재 발굴은 굴삭기로 할 수도 없는 일. 손으로 긁어 흙을 파내고 돌멩이 하나라도 나오면 붓으로 털며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흙이 부드러워야지 땅이 얼면 아무 것도 못 한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겨울을 나고 땅이 녹는 이듬해 봄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그러면 이듬해 3월 공장 건설에 착공한다는 LG필립스와의 약속은 지키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방법을 찾아야 했다. 방법을 찾기 위해 대책회의에서 머리를 맞댔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경기지방공사 오국환 사장이 “천막을 치는 방법이 있기는 한데 비용이…” 하며 말끝을 흐렸다. “좀 자세히 얘기해보세요.” 나는 의자를 앞당기며 물었다. “발굴 대상지에 대형 천막을 치고 온풍기라도 돌리면 될 것 같은데…너무 커서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나는 생각할 틈도 없이 무릎을 ‘탁’ 쳤다. “대형 천막이라… 그 좋은 생각이오. 천막을 치면 되겠네요, 온풍기도 돌리고… . 예산은 내가 책임지겠소.” ‘5천 평이 넘는 규모의 대형 천막을 만들자’는 말에 모두들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라면 천막 치고 온풍기 돌리는 데 드는 추가 비용이 13억 원이라 해도 아깝지 않다는 판단이 섰다. 실로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일이었다. 우리는 발굴 대상 지점에 5천 평이 넘는 초대형 천막을 치고 내부에 온풍기까지 동원해 땅을 녹이며 공사를 강행해 나갔다. 천막과 온풍기를 동원한 문화재 발굴이라는 사상 유례가 없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또 단기간에 작업을 마치기 위해 전국에서 발굴 작업 전문가들을 총동원해야 했다. 그러나 문화재 발굴 작업을 할 수 있는 전문가는 전국적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사실 평상시 같으면 각자 여기저기서 발굴 작업을 하던 이들을 한꺼번에 모으고 싶어도 모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겨울철에는 땅이 얼어 어차피 다른 곳에서는 발굴 작업을 중지할 수밖에 없을 때 우리는 천막을 치고 땅을 녹여 겨울에도 작업을 하게 됐으니 전국의 유능한 발굴 전문가를 총동원할 수 있었다. 이런 경우를 두고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쓰는구나 싶었다.   나 역시 바쁜 일정을 미뤄가며 발굴 현장에 들러 조사위원들과 학생들의 손을 잡으며 독려했다. 한겨울 대형 천막 속에서 작업자들과 함께 잔을 마주 부딪치는 막걸리는 글자 그대로 꿀맛이었다. 발굴 전문가들은 사실 문화재에 애착을 가진 사람들이었지만 이날만큼은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산업단지를 하루라도 빨리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는 혼신의 결의가 느껴졌다. 이 일을 총괄 지휘했던 장경호 기전문화재연구원 원장의 땀방울도 빛이 났다.     한겨울에 온풍기 앞에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땅을 파고 솔질을 하며 발굴 작업을 하던 모습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멋진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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