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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단지 길 하나 내준 것뿐인데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218.50) 2007.04.20 13:32:30
조회 1639 추천 0 댓글 2


고작 길 하나 내준 것뿐인데
델파이 회장을 감동시킨 서비스행정

“ 30분 으로 되겠습니까? 한 시간은 만나야지요.”
첨단기업 유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여 3M을 찾아갔던 다음 날인 2004년 9월 4일, 나는 디트로이트에 갈 일이 있었는데 특별한 일은 없어도 인사나 하고 갈까 싶어 델파이사 바텐버그 Battenberg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30분이라도 시간을 내주시면 들러서 인사라도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바텐버그 회장은 “무슨 소립니까? 한 시간은 만나야지요.” 하면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델파이사에 들어서자 바텐버그 회장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머금고 십년지기 친구처럼 나를 친근하게 맞아주었다.

“합동지원반까지 구성해서 연구센터의 진입로를 내준 경기도를 잊지 못하겠습니다.” 
바텐버그 델파이 회장은 나를 델파이 로고를 단 경주용 자동차에 시승시키고 손수 설명을 해주면서 최고의 친절을 베풀었다.
“앞으로 추가 투자를 할 경우 한국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내 손을 꼭 잡기도 하였다. 사업상 의례적인 립 서비스와는 차원이 다른,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임을 느낄 수 있었다.

바텐버그 회장은 미국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재정분과위원장으로 대통령을 수시로 만날 정도로 미국 경제계 내에서 비중이 큰 사람인데 MOU 체결식장에 직접 나오고 준공식에도 직접 참여할 정도로 우리와 연관된 일에는 아주 특별한 호의를 보였다.
내가 델파이에서 이런 환대를 받았던 이유는 방문 일년 전쯤 있었던 델파이 한국법인과의 일 때문이었다.

 델파이 한국법인(델파이코리아)은 2003년 7월, 2천 3백만 달러를 들여 한국에 연구소를 짓기로 하고 부지 물색에 나섰다. 델파이는 수도권 내에 부지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하자 한 국내기업이 용인시 구성읍에 짓고 있던 연구소 건물을 매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진입도로 확보가 어려웠던 것이다. 델파이가 진입도로로 쓰고자 하는 땅은 이미 한국도로공사가 영동고속도로 확장용으로 매입해 놓은 상태였다. 사유지를 매입하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설혹 매입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매입비용으로 수십억 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미국의 델파이 본사는 황당해 했다.

“연구소 만드는데 진입도로 내자고 막대한 비용을 따로 내야 하나?”
이런 생각으로 선뜻 투자하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이 때문에 중국으로 옮길 궁리까지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렸다. 나는 이런 사실을 보고받고 우선 델파이사를 안심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경기도가 부지를 매입해서라도 진입로를 만들어줄 테니 경기도를 믿고 투자해 달라.”

델파이사에 이런 뜻을 전했다. 그리고 한편으로 용인시와 함께 한국도로공사를 찾아가 ‘읍소 반, 협박 반’으로 설득했다. 도로공사도 마침내 두 손 들고 협조를 약속했다. 델파이사는 그제야 “경기도를 믿고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델파이코리아 김 아무개 상무는 이 일을 두고 사적인 자리에서 “요즈음 지자체 공무원들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 뒷짐 지고 지시만 하던 공무원들과는 크게 달라졌다.”며 나를 두고 변화된 공무원들의 서비스정신에 대해 칭찬을 하기도 했다.   
사실 이러한 경기도의 기업에 대한 길 내주기 서비스는 예외적인 특혜가 아니었다.

경부고속도로 기흥톨게이트에서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으로 들어가는 길이 기형적으로 되어 있어 삼성반도체와 협력업체 직원들이 출퇴근할 때 여길 통과하는 데만 30분 넘게 걸린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톨게이트에서 삼성반도체 방향으로 새 도로를 개설했다. 훗날 삼성반도체 관계자는 물류비용 절감과 직원 출퇴근 시간 단축으로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었다며 감사의 말을 전해오기도 했다. 

 화성시 남양동 현대·기아 기술연구소도 똑같은 경우다. 2003년 11월 3일,  도내 업체 방문 일정으로 현대·기아 기술연구소를 방문했다. 시속 250킬로미터 속도의 주행 테스트장에서 자동차 시승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손수 운전을 해줬던 담당 상무가 즉석에서 민원을 부탁했다.
기술연구소에 일하는 사람들은 다들 박사급의 최고급 두뇌들인데 진입로에 문제가 있어 이들이 매일 출근할 때 1시간씩을 길바닥에 그냥 허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진입도로 공사를 조기에 시행해주었으면 하는 내용이었다.

세계 5대 자동차회사에 들기 위해 불철주야 연구하고 있는 최고의 기술연구원 6천 명이 연구소 진입로가 좁아 시간을 길에서 허비하는 일은 기업 경쟁력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 동감했다. 연구소를 나오면서 바로 화성시장에게 전화를 했다.
“장기 계획은 있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아마 3년은 걸릴 것 같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경기도 건설교통국장에게 다시 전화해 사정이 이러하니 내일 현장에서 화성시 담당과 현대 관계자를 함께 만나 논의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다음 회의 때 국장의 보고를 듣는 자리에서 ‘내년 11월 1일 오후 2시 준공식’이라는 메모를 내 수첩에 적으며 “꼭 약속을 지키세요.”라고 했다. 1년 만에 공사를 끝내라는 지시에 국장이 무척 난감해했지만 나는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실제로 다음해 10월에는 준공식을 할 수 있었다. 당시 현대·기아 개발본부 김상권 사장은 준공식장에서 짧게 인사말을 했다.

“두 가지에 놀랐습니다. 하나는 내가 알고 있던 우리나라가 아닌 듯싶었습니다. 또 하나는 현대보다 빠른 곳도 있음을 알았습니다. 오후 5시쯤 도지사를 만났는데 그날 저녁에 회의가 소집되고 다음날 구체적으로 일이 진행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중소기업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퇴근해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텔레비전에서 화성시 소재 자동차에어컨 부품업체인 (주)신태양 등 15개 제조업체가 공장 진입로로 사용해오던 땅이 외지인에게 팔리면서 길이 막혀 공장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다음날 나는 담당 실무자와 함께 현장에 직접 나가봤다. 언론 보도대로 진입로가 없어 많은 사람들이 직장까지 잃을 처지에 있었다. 나는 실무자에게 곧바로 해결책을 찾아보라고 했다.
“길은 도에서 해결해 드릴 테니 기업경영 잘해서 한 명이도 더 고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
나는 회사 관계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24억 원을 들여 폭 10m, 길이 800m의 우회도로를 개설해주어 약속을 지켰다. 과거 같으면 기업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는 말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도로 개설에 사용된 혈세는 일자리 창출과 경기 부양을 통해 몇 배, 몇 십 배의 이득으로 도민들에게 돌려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행정기관이 기업을 위해 해줄 것이 바로 이런 일이 아닐까. 경기도는 현재까지 22개 ‘기업하기 좋은 도로사업’을 벌여 이 가운데 2006년 6월 현재 11개소가 완공되었다.

나는 도내 기업인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나와 경기도 공무원들을 머슴처럼 맘껏 부려 달라.”고 말하곤 한다. 또 “기업이 나라의 대표선수”라는 말로 그들의 자부심을 고취하곤 한다. 일자리 창출은 정부가 아닌 기업인들의 손으로 하는 것이다.
우리는 단지 길 하나 내준 것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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