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외자유치? 아니죠!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218.50) 2007.05.14 19:34:02
조회 2057 추천 0 댓글 3


“외자유치가 아니라 외국 첨단기업 유치입니다.”

어느 날 민자고속도로 제안 설명서를 가지고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 CEO가 내게 프리젠테이션을 하겠다고 찾아왔다. 사업 설명을 끝낸 후 말미에 주저주저 하다가 이러는 게 아닌가.

“지사님이 원하시면 2천만 달러 정도 외자유치를 해올 수도 있습니다.”
“왜요?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자본이 부족합니까?”
나는 영문을 몰라 물었다.

“아닙니다.”
“그럼, 기술상의 문제가 있어서 그러는 겁니까?”
나는 궁금증이 더해졌다.
“아뇨. 우리 기업의 기술로도 충분합니다.”
그는 오히려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대답했다.

“그런데 왜 외자유치를 해야 합니까?”
“지사님께서 외자유치에 관심이 많으시다고 해서….”
나는 그때서야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챌 수 있었다. 속으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사장님, 제가 원하는 건 외자유치가 아니라 외국의 첨단기업, 첨단기술 유치입니다.”
“…….”
IMF 체제를 거치면서 그 내용에 상관없이 외자유치의 성과가 마치 지방자치단체장의 성적표처럼 통용되면서 너도나도 외자유치에 열을 올리는 바람에 생긴 웃지못할 현상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갔다. 

내가 도지사에 취임하자 여기저기서 외자유치를 들먹이며 여러 가지 개발 프로젝트를 가져왔다. 스페인의 아쿠아리움 유치 건이나 미국의 유니버설스튜디오 유치 건, 디즈니랜드 유치 건 등 그 내용도 다양했다. 혹시나 해서 직원들을 내보내보기도 했지만 한결같이 ‘털도 뽑지 않고 삶아먹으려는 내용’들이었다.

예를 들어 호텔을 유치하려면 골프장 인가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IMF 때 외환유치의 분위기가 남아 있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이런 건 아니다’ 싶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나는 다시 원점에서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다.

수도권은 경제활동에 규제가 많았다. 규제 때문에 옴짝달싹할 수 없다고 할 만큼 여러 가지 규제에 묶여 있다.
규제만 풀면 모든 것이 다 풀릴 것 같아 처음에는 어떻게 규제를 혁파할까 하고 골돌했다. 규제완화를 위한 각종 연구 프로젝트도 진행시키고, 행정부와 국회를 쫓아다니며 수도권 규제 완화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도 만났다.

그러나 어느날 문득 “규제완화에 목을 매고 있다가 규제완화가 안 되면 그냥 손놓고 규제 탓만 하고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에 이르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다. 궁극적으로는 규제 철폐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규제가 풀리지 않는 이상 규제의 틀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일, 그것을 찾아야 한다!’

나는 우선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25개 외국인 첨단업종에 속해 있는 기업에서 해결책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그즈음 LG필립스의 파주 유치가 비밀리에 논의되고 있던 시점이라 보다 구체적인 사고와 접근이 가능했다.  

그때 잡은 대략적인 윤곽은 이랬다.
‘외국의 기업을 끌어오자. 그것도 첨단제조업을. 외국자본이라면 소비재 업종이건 서비스 업종이건 가릴 것 없이 마구잡이로 끌어올 일이 아니라, 경기도와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높이는 첨단 분야를 염두에 두고 그와 관련된 외국기업과 기술을 유치하자.’

‘외자유치’에서 ‘첨단산업유치’, ‘첨단기술유치’로 발상을 바꾼 것이다. 아일랜드가 그린필드 형(공장설비투자 형) 외자유치로 성공한 데서도 힌트를 얻었다. 공장설비투자 형 외자유치가 일자리를 창출해 국민경제를 살리고 연관 산업의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은 검증된 장점이었다.
이렇게 사고가 발전하다 보니 전자, 자동차를 넘어 IT, BT, R&D분야까지 시야가 넓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외자유치’라는 단어를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다. 마치 IMF 체제 시절에 투기자본까지 끌어왔던 외환유치나 개발 프로젝트 식의 뜬구름 잡기 외자유치, 더 나아가 자산 매각 방식의 외자유치와 차별 짓고 싶기 때문이다.

나에게 “외자유치를 해올까요?” 하고 물었던 건설회사 사장도 개념이 내 생각과는 달랐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좀 말이 길더라도 외자유치활동을 ‘외국첨단기업유치’라고 표현한다.

>>< src= width=1 height=1>>>>>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인과 헤어지고 뒤끝 작렬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2 - -
공지 [공지]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연재합니다 [1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1.27 2771 1
177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국민 좀 먹고살게 해주세요 [2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21 4942 12
176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경기도만 잘되자고 하는 일이 아닙니다 [6]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12 2591 0
175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자국 기업을 역차별하는 나라 [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08 2269 0
174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나라를 위해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04 2430 0
173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세상에 공짜 투자 유치는 없다 [2]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5.29 1533 0
172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노조와 함께하는 투자유치활동 [5]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5.25 2040 1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외자유치? 아니죠! [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5.14 2057 0
170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경제 비즈니스는 친목활동이 아니다 [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5.09 2134 0
169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외국기업 [1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30 2320 1
168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에피소드 1,2,3 [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24 2049 0
167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단지 길 하나 내준 것뿐인데 [2]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20 1640 0
166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다 [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16 2128 0
165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구로다 사토미 미크니색소 사장의 詩 [2]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05 1994 0
164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일단 쳐들어가라 [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02 2118 0
163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백고초려인들 마다하랴 [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3.29 2110 0
162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배알이 뒤틀려도 참고 견뎠다 [5]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3.26 2363 0
161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실적에 급급해 하지 마라 [2]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3.23 1477 0
160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일본 기업인과의 폭탄주 한잔 [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3.20 2702 0
159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맨땅에 헤딩한 지멘스 R&D센터 [6]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3.07 2837 0
158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스미토모와 (주)농심의 토지 맞교환 [6]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2.26 2985 0
157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미국에서 압수당한 김밥 [9]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2.20 3463 0
156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실속있는 스케줄 짜기 [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2.12 2501 0
155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오우, 크레이지 스케줄! [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2.05 2698 0
154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그렇게 떼를 쓰시더니, 이제 만족하십니까? [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1.31 3015 0
153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2012년까지 자그마치 25조원! [9]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1.23 2777 0
152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흥분한 주민들과의 줄다리기 [6]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1.17 2221 0
151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내가 책임질테니, 땅 파요! [1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1.09 2839 0
150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5천평짜리 초대형 천막의 비밀 [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1.02 3270 0
149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난제 중의 난제, 분묘 이장 [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27 2386 0
148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별★'들을 만나다 [8]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22 1758 0
147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어디 마음대로 되나 봅시다 [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18 1721 0
146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저 손학규, 믿어주세요 [1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12 2103 0
145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무조건 LG필립스를 잡으시오! [1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08 2537 1
144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당장 소방헬기 띄워! [2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04 2753 0
143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그렇게 떼를 쓰시더니 이제 만족하십니까? [4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2.01 2044 0
141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총성없는 일자리 전쟁의 시대 [52]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1.27 2105 0
140 이제 답변해 보겠습니다 [4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1.17 2757 0
139 100일 민심대장정 - 사람 죽이는 정치 때문에 [2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31 2625 0
138 100일 민심대장정 - 손학구 혹은 민심대작전 [28]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23 2709 0
137 100일 민심대장정 - 내가 맨 땅에 헤딩하는 이유 [1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16 2677 0
136 100일 민심대장정 - 껍데기는 가라! [13]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12 1660 0
135 100일 민심대장정 - 좌우가 없어야 희망이 보인다 [15]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08 1797 0
134 100일 민심대장정 - 결국은 교육이다 [48]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02 2765 0
133 100일 민심대장정 - 무조건 농촌은 살려야 한다 [1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26 2067 0
132 100일 민심대장정 - 커서 엄마처럼 살래? [7]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25 1758 0
131 100일 민심대장정 - 군인의 아내로 살아가기 [11]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18 3353 0
130 100일 민심대장정 - 갱 안에서의 담배 한 개피 [24]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15 2654 0
129 100일 민심대장정 - 에이 씨발 밥도 못먹게... [25]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13 5520 0
128 100일 민심대장정 - 삼성이 자랑스럽고, 또 걱정스럽다 [29]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12 3610 0
1234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