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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흥분한 주민들과의 줄다리기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7.01.17 16:21:23
조회 2220 추천 0 댓글 6


본 단지 조성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협력단지 조성이다. 나는 LG필립스의 본 단지와는 별도로 국내외 부품업체가 입주할 추가단지를 조성하여 이 지역을 세계적인 LCD산업 클러스터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파주 LCD 지방산업단지와 가까운 문산의 당동(19만 평)과 선유(40만 평)가 대상지였다. 당동은 외국인 전용 임대지구로 삼고, 선유는 국내 관련 중소업체에 분양할 요량이었다. 2003년 12월 경기도와 파주시, LG필립스 3자가 투자합의서를 체결하고 다음해 11월 산업자원부로부터 지방산업단지 승인을 받는다. 협력단지 조성 사업이 승인되자 토지 수용을 예상한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당동의 경우, 지역 환경단체도 함께 나서서 거세게 반발했다.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거쳐야 할 공청회를 주민들의 물리적으로 가로막아 경찰이 동원되기도 하였다. 주민들의 반발이 점점 험악해져 갔다. 이즈음 나는 직접 당동을 찾아 주민설명회를 갖기로 했다. “공청회는 무효다!” 주민설명회 자리가 마련된 문산읍사무소에는 입구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사복 차림의 경찰과 공무원들이 출입을 통제해 분위기는 어둡고 살벌한 느낌마저 들었다. 3층에 마련된 설명회에  주민대표 30명만 입장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건물 바깥은 물론 2층까지 많은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나는 자리가 좁더라도 참여하고 싶은 주민을 모두 참석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말했다. “주민들께서는 다들 올라가세요. 말씀하시고 싶은 분들은 직접 말씀하세요.” 이해 당사자인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유이기도 했지만 당시 지역 주민이 아닌 외부 환경단체 인사가 주민대표를 맡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주민들에게 실상을 직접 설명하고 설득할 필요를 느끼고 있었다. 바깥에 있던 주민들이 들어오자 마을회관 안에는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자자… 흥분하지 마시고 한 분씩 말씀해보세요.” 내가 직접 사회를 보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테이블에 앉아 있던 주민대표 외에 서 있던 사람들에게도 발언할 기회를 주었다. 우리는 이미 공청회를 마쳐 합법적인 절차를 거친 상태이므로 주민들이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주민들은 수용할 수 없으니 공청회를 원천 무효하고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이었다. 서로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한 사람씩 얘기를 듣고 대답을 하다 보니 예정한 시간을 3시간이나 넘기고 말았다. 나는 이후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주민들과의 일문일답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했던 말을 하고 또 하는 식으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화가 계속되었다. 똑같은 얘기를 하고 또 하고 반복을 거듭하면서 다들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을 만큼 분위기가 어수선해졌을 때 잠시 휴식을 하자고 제의했다. 나는 휴식 시간을 이용해 경기도 실무 책임자와 상의했다. “아무래도 공청회를 다시 해야 할 것 같은데?” “지사님, 안 됩니다. 합법적으로 진행된 공청회를 무효화하면 관행이 되어 단지 이 건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일처리가 어려워집니다.” 그는 공청회를 다시 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떼를 쓰면 합법적인 공청회까지 되돌릴 수 있다는 전례가 생길까 봐 우려했다. 현장 실무를 맡는 사람으로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판단이었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좀 달랐다. 합법적인 공청회라고는 하지만 한 차례 주민들의 단상 점거로 공청회가 무산된 다음 경찰을 동원해 물리력으로 통제한 상태에서 이뤄진 공청회였기 때문에 형식적인 하자는 없을지라도 승복하기 어려운 주민들의 불만도 이유가 있었다. “공청회가 합법적인 절차를 거쳤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설득이 더 중요합니다. 주민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 무엇보다도 그 때 주민들의 의견을 실제로 청취할 기회가 없었다는 사실은 분명하지 않습니까? 다시합시다.”       나는 다시 설명회장에 들어가 마이크를 잡고 공청회를 다시 열겠다고 선언했다. “좋습니다. 공청회를 다시 합시다.” 주민들은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를 쳤다. 반대로 실무 책임자를 비롯한 공무원들의 얼굴은 울상이 되었다. 욕지거리를 들어가며 또 물통을 맞으면서 간신히 성사시킨 공청회를 무효화하며 다시 하겠다고 했으니,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로서는 주민의 반발이 이토록 심한데 무조건 밀어붙여선 안 되겠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후 이뤄진 공청회에서 다소 시간은 걸렸지만 갈등 없이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외부단체를 통해 진행상황을 전달받던 많은 주민들은 도지사와 직접 얘기도 나누고 공청회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으면서 입장이 급속도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일부 주민들은 오히려 산업단지계획이 무산될까 봐 우려하기도 했다. 이로써 공청회에 대한 우려 대신 완벽한 해결의 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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