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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다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218.50) 2007.04.16 16:34:17
조회 2127 추천 0 댓글 7


“ 더 이상 이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2005년 5월 외국인 첨단기업의 수도권 투자제한과 국내 첨단대기업의 증설 문제를 놓고 회의를 하다가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려는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에게 분격해 회의장을 박차고 나온 일이 있다. 이때 관련된 기업이 3M이었다. 

당시만 해도 실무회의에서 외국 첨단기업과 국내 첨단대기업의 수도권 규제가 어느 정도 완화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던 터라, 그 달 5월에 예정된 3M 공장 기공식은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회의가 결론 없이 무산되는 복병을 만나 법적인 절차가 마무리 되지 않았으니 엄밀하게 따지면 이 기공식은 불법이고, 투자계약을 맺은 당사자인 경기도와 나는 사기꾼 아닌 사기꾼이 된 셈이다.

나는 졸지에 국제적 시기꾼이(?)가 될 처지에 놓였다. 나는 설사 국내법을 어기는 범법자가 되더라도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신뢰를 유지하고 지키기 위해 3M 기공식에 참석하겠다고 선언했다. 다행스럽게도 기공식이 열린 5월 26일 전에 법규가 처리되면서 범법자가 되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 

흔히 3M 하면 스카치테이프나 포스트 잇 등 문구류를 많이 떠올린다. 그러나 3M은 고휘도 반사재, LCD 광학필름 등 첨단소재산업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6만여 종의 제품을 생산해 연매출이 200억 달러에 이른다. ‘Minnesota Mining and Manufacturing Company’의 이니셜을 따서 이름 붙인 3M은 전 세계 60여 개국에 6만7천여 명의 종업원을 둔 글로벌 기업으로 한국에서만도 1천여 명의 종업원에 연매출이 8천억 원에 달하는 대기업이다. 

2004년 8월 31일, 경기도청을 방문한 한국3M의 죠아킨 델가도 Joaquin Delgado 사장이 장안 1단지 내에 LCD 광학필름 생산 공장을 건립하겠다며 경기도가 본사에 보다 적극적으로 액션을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우리 한국3M은 경기도에 투자하고 싶습니다. 본사에서도 우리 뜻을 알고 있습니다만 아직 망설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지사님께서 보다 확고한 지원 의사를 밝혀 본사의 결심을 끌어내 주십시오.”
이미 3M은 경기도의 투자환경과 장안 1단지 현장에 대해 자세한 브리핑을 받았고 투자의향서 Letter of Intent를 제출한 상태였다.

마침 우리 투지유치단은 2004년 9월 3~4일 양일간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이틀간 3건의 투자협약과 1건의 투자 상담이 디트로이트에서 예정되어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나는 세인트폴의 3M 본사 방문 일정을 추가하도록 긴급 지시하였다.

9월 3일 자정이 넘어 세인트폴에 도착해 여장을 푼 다음 아침 7시에 본사를 방문했다. 곧바로 디트로이트로 이동해야 되는 일정상 단 2시간의 여유밖에 없었다.
나는 제한된 시간 내에 경기도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고자 온 힘을 다했다. 제임스 B. 스테이크 James B. Stake 부회장과 실무자들이 내 이야기를 아주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경기도는 세계 TFT-LCD 생산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시장점유율 세계 1~2위를 다투는 LG필립스와 삼성의 생산 공장이 경기도에 있거나 가까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LCD 부품업체들이 모두 경기도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기업하기 좋은 경기도’라는 모토 아래 투자기업에게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이나 대만으로 가려고 했던 LG필립스가 경기도로 오게 된 것도 경기도의 우수한 인적자원과 함께 기업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체제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대략 이런 줄거리로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와 정식 회의 테이블이 아닌  구석자리에 가만히 앉았다. 사람들의 반응을 볼 때 직감적으로 제임스 맥너니 James McNerney 회장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다른 일정 때문에 맥너니 회장이 상담 장소에 참석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일부러 시간을 내주었던 것이다. 원래 계획은 잠시 들렀다 가려고 한 것 같았다. 그런데 나의 이야기가 관심을 끌었는지 거의 1시간 가까이 자리를 지켰다.

프리젠테이션을 마치자 여러 가지 질문이 오갔다. 스테이크 부회장을 비롯한 실무자들은 대체로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약 한 달이 지난 후 스테이크 부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면담을 요청했다. 나는 신라호텔로 달려가 조찬 상담을 통해 또 한번 경기도 투자를 강력히 설득했다.

이처럼 3M의 경기도 투자 분위기는 무르익어 갔지만 최종 결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최종 결심을 하지 못하고 투자협약(MOU) 체결을 미루는 3M 본사와 실무자를 매개로 수차례의 협상이 계속됐다.

마침내 2005년 3월 9일 미국 세인트폴 본사에서 나는 제임스 맥너니 3M 회장과 약 3만 평 부지에 6천만 달러를 투자하는 투자협약에 서명하기에 이르렀다.
투자 상담을 시작한 지 9개월만의 결실이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맥너니 회장이 구석자리 의자에 앉아 그렇게 자리를 지킨 것도 처음 있는 일이지만 투자협정을 체결하는 자리에 회장이 직접 참석한 것 역시 3M 100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맥너니 회장의 나에 대한 ‘특별함’이 무슨 이유였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에게 특별했던 맥너니 회장은 이후 보잉사의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현재 3M은 조류독감방지용 마스크를 생산하기 위한 공장을 경기도에 새롭게 세울 계획이다.
이 추가 투자건을 마무리 짓기 위해 올해 6월 3M을 3번째 방문해서 투자협정을 성공리에 체결했다. 이 투자도 마지막까지 싱가포르와 경합을 벌이다가 경기도로 결정된 것으로 우리 경기도에 대한 3M의 깊은 신뢰가 크게 작용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3M과 경기도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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