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의 씨앗
세상을 위해 건 생명
고귀하고도
멋지게 피게 하리
경기도의 땅에
- 구로다 사토미 미크니색소 사장의 詩
미크니색소가 포승 외국인 임대지구에 처음 진출할 무렵 사장인 구로다 여사가 한편의 시를 보내왔다. ‘시귀에 담긴 마음으로 대한민국 경기도에 가겠습니다. 부디 잘 지도해 주시길 마음으로부터 부탁드립니다.’ 라는 추신과 함께.
미크니색소는 국내 몇몇 LCD컬러레지스터 생산기업에 레지스트의 주요 재료인 밀베이스를 공급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사원이 200여 명에 불과한 작은 회사지만 직원의 30%가 연구 인력이고 매출의 30%를 R&D에 투자한다. 사원 한사람이 만들어내는 회사 이익은 우리 돈으로 1억 원이나 되는 짭짤한 회사다.
LCD칼라의 원재료인 기초색소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이 분야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독보적인 기업이다. 세계 ‘온리 원(only one : 세계 최고의 기술이 아니라 세계 유일의 기술)’을 추구하는 미크니색소가 세계 LCD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에 투자하길 원했다.
원래 미크니색소는 임대희망 면적이나 투자금액이 크지 않아 경기도 외국인기업 임대단지의 입주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포승 외국인 임대지구는 기준을 탄력적으로 완화할 수 있어서 기술력이 뛰어난 미크니색소에 대해 400만 달러 투자에 2,500평 부지 제공을 제안했고, 미크니색소 쪽에서 이를 받아들여 투자협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이들과 투자협약 조인식을 치른 뒤 나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연구개발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여나가는 중소기업의 모범사례로 미크니색소를 자주 언급할 정도로 이 회사의 경영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투자진행 상황도 순조로웠다. 2004년 12월경에는 재정경제부로부터 고도기술 수반사업으로 인정받아 조세감면과 임대료 감면 혜택을 받게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공장 건축뿐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임대계약신청서를 검토하던 관리기관인 한국산업단지공단으로부터 미크니색소는 포승단지 입주자격이 없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안료에 해당되는 미크니의 생산제품은 공해 유발 산업으로서 아산국가산업단지의 입주 제한업종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평택 포승단지가 아산국가산업단지의 일부인 것은 분명했다.
이러한 보고를 받고 나는 회사 쪽에 연락해 자세한 사항을 알아보도록 지시했다. 알아보니 미크니색소의 생산품이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안료로 분류될 수밖에 없겠지만 폐수와 대기 배출이 전혀 없기 때문에 공해유발산업으로 분류되는 일반적인 안료 생산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실무 담당자에게 미크니색소의 생산제품이 공해와 무관함을 입증하는 자료를 가지고 한국산업단지공단을 찾아가 직접 설명하도록 했다.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면서….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아무리 공해를 유발하지 않더라도 안료는 안료이기 때문에 규정상 입주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것. 허탈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대안을 찾아보도록 했고 우리는 인근의 현곡 외국인 임대단지를 소개하여 미크니색소 측의 승낙을 받아냈고 결국 미크니색소는 현곡단지에 입주하게 되었다.
현곡단지가 교통 접근성이나 물류환경 면에서 포승단지에 뒤지지 않고 이미 일본의 LCD 관련 부품·소재기업들의 입주가 예정되어 있어 관련 업종의 집적이라는 측면에서 호조건이기는 했다. 그러나 설계까지 마친 상태에서 시간적·경제적 손해를 감수하고 다른 단지를 선택한다는 것이 투자기업으로서 간단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 외자팀의 실무자들이 미크니색소 관계자에게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스미마셍(미안합니다)”을 연발했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미크니색소는 내가 중소기업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자주 언급하는 소재 중의 하나다. 조그만 회사라도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미크니색소의 기술 분야는 미쓰비시화학에서 온 전무가 책임지고 있는데 미쓰비시화학은 이 사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전용 연구소’를 만들어주겠다는 제의까지 했다고 한다. 그만큼 미크니색소가 회사 규모는 작지만 스스로 자부하듯 세계 유일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회사였다.
‘기술력만은 세계 유일’이라는 자부심이 나에게는 무척 감동적이었다. 아울러 세계적인 규모의 기업도 중요하지만 원천기술을 가진 이런 기업을 유치한 일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특히 남편이 하던 회사를 인수받은 구로다 여사의 여성적 리더십에 대해서도 여러 모로 감동받았다. 구로다 여사는 친절하면서도 수줍어하는 전형적인 일본여인상을 간직하면서도 강단 있게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미크니에서도 내가 그 회사 이야기를 모범사례로 언급하는 것을 여러 경로로 전해 들었는지 우연한 기회에 감사의 뜻을 전해왔다. 얼마 전 미크니색소 사장인 구로다 여사는 나에게 경기도에 감사하는 뜻이 담긴 시를 지어 보내기까지 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일은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다. 더구나 외국기업을 유치하고 그 기업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뜻을 전해 받을 때는 말 그대로 기쁨이 두 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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