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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민심대장정 - 무조건 농촌은 살려야 한다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9.26 13:50:56
조회 2066 추천 0 댓글 17


경주의 용담정은 주유천하(周遊天下) 끝에 고향땅에 이른 수운 최제우 선생이 시천주(侍天主: ‘사람마다 그 안에 하늘을 모시고 있다’는 뜻)의 동학사상을 선포한 역사적인 장소다. 용담정을 지나자 작은 다리와 폭포가 나타났다. 물은 벼랑을 ‘용감하게’ 뛰어 내려와 물길을 가로막는 바위를 ‘지혜롭게’ 휘감아 돌고는 곧 평정을 되찾으며 시내로, 강으로, 바다로 ‘유유히’ 흘러간다. 그 너머엔 하늘이 있겠지. 내게는 민심의 하늘일 터. 눈을 감으니 지나온 길이 주마등처럼 펼쳐졌다. 민심대장정 길에서 만난 가장 소중한 보물은 농심을 배운 것. 오늘 태풍으로 쓰러진 벼를 묶어세우는 작업도 마찬가지였다. 벼가 직각으로 쓰러지면 별다른 어려움이 없겠지만 아무 방향이나 겹겹이 쓰러져 있어 세우는 데 애를 먹었다. 그런데 함께 일한 어르신께선 모 길을 한번 훑어보고는 위의 것부터 걷어내며 척척 세워나간다. 이미 생명의 결을 체화한 것이다. 처음엔 잘 모르고 따라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순리가 느껴졌다. 아무래도 80일 넘게 일하다 보니 생명의 결이 몸에 밴 것 같다. 상주에서 사과를 딸 때 일도 떠오른다. 작업 도중 사과 두 알에 상처를 내 젊은 농장주에게 신고(?)했더니 두 알이 아닌 세 알이라고 정정해 주었다. 자신도 사과를 따면서 나의 작업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이다. 엄마와 아기가 하나의 생명으로 이어져 있듯 농부와 농산물 또한 하나의 생명이나 마찬가지란 걸 절실히 느낀 순간. 우리네 농촌은 이처럼 생명이 자라는 소중한 환경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농업과 농촌은 살려야 한다. 공산품, 예를 들면 휴대폰과 반도체를 만들 때 폐수처리 비용이 들듯이 국가적인 관점에서 농촌은 대한민국의 기본적인 환경이므로 그 유지비용을 쓰는 건 당연하다. 농업을 경제논리로만 보는 건 곤란하다. 교육이나 의료 분야에 공공비용이 들어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나주에 갔을 때는 직접 트랙터를 몰아 하우스를 정리한 적이 있다. 다음날 마을 아주머니들이 정자에 모여 나누는 얘기를 우연히 들었다. 내가 사진 찍으러 오는 정치인들과는 달리 농사꾼과 똑같이 일해 놀랐다는 내용. 말은 안 하지만 ‘우리 맘을 알아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숨어 있으리라. 이제 정치도 거대담론으로만 몰아가서는 안 된다. 사람과 마음을 나누며 구체적인 삶을 하나라도 낫게 만들고 그 뜻을 국정에 반영하는 게 정치여야 한다.      다시 눈을 떴다. 맑고 차가운 공기가 천천히 피부에 스며들자 심장이 연신 재채기를 해댄다. 별안간 ‘선경입구(仙境入口)’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저 계곡 길을 따라가면 선계에 이른단 말인가? 아서라, 내가 가야할 길은 따로 있다. 그렇게 세상의 끝에서 발길을 돌려 산문을 나서자 민심대장정 길이 다시 보였다. 이 길의 끝은 또 하나의 시작이다. 그것은 삶 속에서 대한민국 정치 패러다임을 바꾸는 ‘참된 시작’일 것. 나는 다시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나아갔다. 귓전으로 하늘을 향해 흘러가는 물소리가 메아리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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