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만 박물관이 아니다
-자연사 박물관, 지역사 박물관, 자동차 박물관
대만을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들은 타이뻬이 시의 박물관을 꼭 이야기한다. 그 박물관의 규모에 놀라고 전시품이 너무 많아서 순회 전시한다는 것을 듣고는 한 번 더 놀랐다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한다. 뿐만 아니라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이나,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미국의 스미소니언 박물관 등 괜찮은 나라에는 그럴싸한 박물관 하나 정도는 있는 추세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 나라에 있는 박물관들은 우선 규모에 있어 초라하고 전시품마저 보잘 것 없다는 인상을 받는다.
어느 낯선 나라에 가서 과연 그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를 알고 싶을 때 꼭 찾게 되는 것은 박물관이다. 우리 나라의 박물관들이 초라하고 보잘것 없다면 우리네가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역사를 가진 민족으로 취급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당장 대규모의 박물관을 새로 건설할 수는 없으며 그런다고 해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우리를 소개할 우리에 맞는 박물관 형태를 고안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물관은 단지 과거의 유품들을 모아 놓는 곳이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 자기네를 소개하고 알리는 하나의 장으로 충분한 것이다.
그 지역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다. 그 지역의 지질학적 특징, 집의 구조, 그 지역의 역사, 그 지역의 주요 산업, 문화 등등 모든 것이 그 지역을 소개하는 박물관의 전시물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자연사 박물관, 지역사 박물관, 자동차 박물관, 산업 박물관 등 경기도의 역사와 지리와 산업, 문화가 어우러진 다양한 박물관을 생각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너무 당연하고 시시한 것으로 생각하는 모든 것이 일정 시간이 흐르면 후손들에게는 문화재가 될 것이고, 외지인들에게는 우리를 소개하는 소재가 되는 것이다.
얼마 전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라는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된 일이 있었다. 무심고 지나치는 돌조각 하나 불당의 탱화 하나하나에 서린 이야기들을 마치 옛날 이야기하듯이 써놓은 책이다. 그 책을 읽고 나서 그곳에 가면 돌조각 하나, 돌계단 하나가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새롭게 느껴진다. 아마 역사나 문화라는 것이 그런 모양이다. 알고 보면 깨어진 그릇 하나에서도 하룻밤을 지새울 이야기를 떠올리는가 하면, 금으로 만든 부처를 보아도 30초를 계속 지켜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경기도의 문화유산, 경기도의 산업, 경기도의 지세와 지형, 경기도의 역사를 그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자세하고 친절하게 소개하는 수단이 경기도의 박물관들이 될 수 있다. 그 박물관을 한 번 다녀와서 경기도의 어디를 가도 '아! 그래서 이렇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히 관광상품이 아니라 경기도의 역사책이요 백과사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삶과 문화의 만남
우리 나라에는 문화의 거리라는 것이 각지에 있다. 경기도에도 문화의 거리가 있다. 아직은 준비단계이고 처음 시작 자체가 중앙정부의 권장과 다른 시 도의 추진에 힘입어 추진되어 많은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의 취지는 바람직한 것으로 발전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외국의 유명한 도시에는 수백 년 동안 이름이 바뀌지 않는 거리와 그 거리의 독특한 문화가 있어 유명한 관광지가 되기도 하고, 그 거리 자체가 하나의 박물관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우리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화의 거리를 가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적절한 문화의 거리 선정이 중요하겠지만, 수십 년, 수백 년을 지속 할 수 있는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생명력은 인위적으로 부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지만, 인위적인 노력이 없다면 그 생명력은 단지 우연의 산물일 것이다. 프랑스의 파리는 인위적인 노력으로 도시 전체를 보존한 것으로 유명하다. '나폴레옹이 무덤에서 살아 돌아와도 길을 찾거나 건물을 찾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 파리 시내를 유지하는 원칙이었다고 한다. 건물도 외형은 절대 손을 대지 않고, 보도 블럭도 19세기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노력하였다는 것이다.
우리도 꾸준히 노력하면 다음 세기에는 20세기의 도시 혹은 거리 원형을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 이름난 문화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래 표를 보면 현지 추진중인 문화거리의 현황을 알 수 있다. 누구에게 보여주고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거리들을 잘 가꾸어 우리네 삶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다면 그것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효용을 얻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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