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입-경기 민방 설립
경기도는 서울과 가깝게 있기 때문에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지방에는 없는 수준 높은 문화시설과 의료시설 등을 가깝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경기도를 위한 시설을 꼽아 보면 오히려 다른 지방보다 부족하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게다가 서울의 그린벨트, 상수원보호구역 등등 숱한 제한조건이 경기도에 부과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 하나가 경기 민방이 없다는 것이다. 경기 민방이 없어도 예전처럼 서울방송이나 중앙방송을 보면 되니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혹시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역 방송의 설립 문제가 단지 TV채널이 하나 더 생기고 없어지는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인천방송이 생기고, 부산방송이 생기겠는가. 지역 방송은 그 지역의 목소리를 의미한다. 왜 경기지역 사람들은 아침 뉴스시간에 서울의 교통상황이나 서울 날씨를 듣고 보고 해야 하는가 말이다.
예컨대 신문을 보자. 중앙지에는 수도권란이 30면 가까운 페이지 가운데 한 페이지 있거나 없는 신문도 많다. 그렇다면 경기도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서 그런가. 아니다. 그것은 그신문을 보는 사람들은 경기도 사람들만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경기도에 관심이 없어서이다. 하지만 경기도 사람들은 다르다. 언제 수도가 끊기는지, 전기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안 들어오는지, 우리 동네 하수도는 왜 자꾸 넘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싶은 것이다. 또 우리 경기도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할, 말하자면 '경기도의 입'이 필요한 것이다.
문화벨트는 없는가-문화와 예술이 결합된 벨트 형성
삼국시대에도 한강 유역을 장악하는 나라가 세 나라 가운데 가장 강한 나라였다. 처음엔 고구려가 다음엔 백제가 마지막에 신라가 한강 유역을 차지한 것을 보면 그렇다. 한강 유역이 어디인가. 바로 경기도이다. 경기도는 자고로 한반도의 중심으로서 우리 역사 내내 가장 핵심적인 지역이었다. 특히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도읍이 중부지방에 정해진 후부터 경기도는 1,000년 이상을 정치와 문화의 중심지역이었다.
하지만 서울과 가까이 있다 보니 서울의 특성이 더욱 주목을 받아 경기도적인 것은 오히려 발전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경기도는 경기도의 문화가 있고, 경기도의 예술이 있다. 그렇지만 경기도 시 군의 지역문화예술은 유구하고 독특한 경기도만의 고유한 특성을 제대로 살려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적 연관성이 없는 행사, 지역 재정을 무시한 무리한 사업계획, 다른 지방과 다를 바 없는 천편일률적인 행사, 준비도 경험도 아이디어도 부족한 졸속행사, 지역주민과는 전혀 무관한 공무원 주도형 형식적 행사,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업적쌓기용 행사 등등 개성 없고 형식적인 행사가 지금까지 경기지역 문화예술행사의 대다수를 이루어 왔다.
문제점을 파악했으면 고쳐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경기도는 강원도나 제주도와 같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강원도나 제주도에는 없는 1,000년 전통의 경기도 문화가 있다. 물론 강원도나 제주도에 문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는 그곳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을 것이지만, 경기도는 한민족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세련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것을 각지에 산재해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연관된 주제로 혹은 지역별로 묶어서 문화예술벨트를 만들어야 한다. 이 문화예술벨트는 훌륭한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 또 잘 개발된 문화재와 유적지들은 우리가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네 역사이기도 하다.
경기도를 문화 관광단지로
-시 군 단위 이벤트, 해양관광지, 리조트단지, 월드컵축구장
경기도로 주말 관광을 나서는 사람들은 주로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들로서 아침에 출발해서 저녁에는 집에 돌아가는 형태로 근교의 관광지를 찾는다. 따라서 아침저녁으로 서울을 나고 드는 교통정체가 발생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경기도의 입장에서는 본격적인 관광수입을 올리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에서 언급한 문화벨트와 아울러 관광벨트를 구성하여 여러 날 머물면서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관광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경기도에서는 권역별로 관광지를 구분하여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행정 편의에 따른 지역별 관광상품 구분보다는 여기에 테마를 부여해서 주제가 있는 관광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야 한다. 예컨대 문화관광, 역사기행, 안보관광, 리조트관광, 단체놀이관광, 산악 트래킹 등 주제에 따라 이들 권역을 나누고 주제간 유기적 연계를 강화함으로써 소위 '관광벨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제1차 경기발전 5개년계획]에 제시되어 있는 3대 중점 관광벨트 조성(안보, 문화, 리조트)에 대한 계획안을 간단하게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연천, 파주, 포천, 의정부, 동두천 등 접경지역 일대를 안보관광벨트로 묶어 판문점, 임진각, 땅굴등의 관광상품을 활용하는 것이다. 잘 보전된 자연경관이나 비무장지대 부근의 생태계 등도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남북대치 상황은 내국인보다 외국 관광객들의 유치에 더욱 중점을 둔 관광상품 개발이 요구된다.
용인, 이천, 여주, 광주 지역에서는 민속촌, 도예촌 등 기존의 시설을 이용하여 문화관광벨트로 조성한다. 이 지역은 문화적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그 자체가 문화의 보고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원을 최대한 조직하고, 보는 것만이 아니라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예컨대 토산품을 직접 제작해 보는 관광이벤트를 상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리조트 및 레저 관광벨트는 골프장과 리조트 시설을 활용하여 사계절 내내 휴양지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경기도는 서울과 가깝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여야 한다. 이것은 경기도의 제한 요인이면서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서울이라는 인구 1,000만 명의 시장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더구나 서울은 우리 나라의 중심도시이다. 2002년에 월드컵 때 한국에 들어올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서울을 통하게 된다. 물론 서울이 우리의 중심도시이고 많은 국제행사를 치른 도시임을 우리는 잘 안다. 하지만 서울은 공해와 교통, 비용면에서 그렇게 만족할 만한 도시는 아니다.
경기도가 서울보다 깨끗하고 저렴한 숙박시설을 제공할 수 있다면, 경기도 전체에 산재해 있는 문화상품과 관광상품들을 개발하여 서울보다 편리하고 쾌적하게 제공할 수 있다면 2002년 월드컵은 경기도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경기도 전체를 문화관광단지화하여 다시 찾고 싶은 경기도가 될 수 있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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