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투자양해각서 조인식을 통해 LPL사의 파주공장 설립이 세상에 알려지자 반대여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구미에 6개의 공장을 가지고 있던 LPL사의 파주행에 대해 구미지역 주민들과 상공계에 서는 상대적인 박탈감에 빠졌다. 이에 대구∙경북지역 등 비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파주공장 건립을 저지하기 위한 접경지역지원법 개정안이 발의되기에 이르렀다. 경기도는 구미지역의 동향을 주시하면 서 반대여론을 주도하는 의원들을 설득하고 관련 부처와의 긴밀한 협상전략을 펼쳐 나가면서 해결의 실 마리를 찾아 나가고 있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습니까?" 비밀리에 진행되어 왔던 프로젝트가 2003년 2월 4일 투자양해각서 조인식을 계기로 언론에 공개되 자 그 반향은 실로 큰 것이었다. 업계 측에서는 이제까지 경기도 화성 쪽으로 공장이 들어서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가 의외의 지역 파 주이라는 것을 알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역시 LPL사와 국내외에 서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던 업체였다. 보도가 나가고 얼마 후 LCD산업 한 관계자가 경기도청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회사측의 첫 마디는 바 로 이거였다."어떻게 수도권에 대기업이 들어올 수 있었습니까?" LG라는 대기업. 그러나 필립스라는 외국자본과 합작하여 50%라는 1차 개정된 공배법의 지분제한 규 정을 아슬아슬하게 맞추고, 1차 개정에서 추가된 액정표시장치 산업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 고 하더라도 수많은 난제들 때문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섭섭하지만 잘 됐습니다. 중국으로 넘어간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업체관계자는 서운한 감을 감추지 않았지만 중국으로 투자유치를 빼앗기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다행 스러워했다. LPL사가 중국으로 진출한다면 궁극적으로 해당업체 역시 LCD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사의 이익을 위해서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중국이나 대만이라는 외국 투자대상을 제치고 경기도 파주로 LPL사를 들어 앉히기 위한 경기도의 노력이, 지역경제뿐만 아니라 국가의 LCD산업발전에 지대한 공헌이 된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환영하는 수도권, 장미 빛 환상 파주 파주시는 개발계획이 발표되자 장미 빛 환상에 빠져드는 분위기였다. 뛰어난 입지조건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발전의 중심에서 소외되어 왔던 파주지역에 세계적인 굴지의 기업이 들어서는 것은 일 대 쾌거라 할 수 있었다. 낙후된 접경지역, 홍수지역으로서의 오명에서 아직까지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 고 있던 지역 주민들은 유례 없는 사상 최대의 산업단지가 들어선다는 발표를 일제히 반가워했다. 더군 다나 최소 5000여 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직접적인 영향은 물론 이를 계기로 경 제발전이 가속화되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는 더욱 컸다. 기업인들은 "최첨단 산업이 입주하게 되어 지역경제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부 품, 소재 등의 중소기업 발전이 특히 기대된다"면서 "대규모 사업장인 만큼 종업원 등의 고용창출효과와 함께 서비스, 오락 등 3차 산업의 활성화도 기대된다"고 희망에 부풀었다. 일각에서는 최첨단 산업이니 만큼 우수한 자연환경을 지닌 월롱 지역의 환경을 우선 고려해야한다는 지적이 있기도 했다. 또한 장미 빛 환상에 부풀어 지역 주민의 삶의 터전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 적도 있었다. 경기도는 그러한 지적들에 대응해 나갈 과제를 안고 있었다. 반대하는 비수도권, 실망하는 구미지역 파주지역의 반응과는 정반대로 구미지역에서는 실망과 낭패감의 모습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실 구미 는 한국에서 LPL사가 모토로 삼아 온 곳이었다. LPL사의 1, 2, 3, 4, 5, 6 공장이 모두 구미에 있었다. 만약 LPL사가 새로운 투자로 공장을 신설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구미의 몫이어야 했다. 그것이 구미지 역 주민들이나 관련자들이 가지고 있던 선입견이었다. 그러나 LPL사는 파주를 택했던 것이다. 당시 LPL사는 2002년 말 구미공단에 1�4공장까지 완공해 1000×1000㎜ 크기인 5세대 유리기판을 월 6만장 이상 가공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데 이어 2003년 말 5공장까지 완공하여 1100×1250㎜ 유리 기판 라인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에 있었다. 게다가 2005년까지 6세대의 LCD를 생산하는 제6공장을 증 설할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그런 LPL사가 파주에 투자한다는 소식을 접하자 구미시청은 "구미시가 4공단 입주업체에게 다양한 혜택까지 제공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것도 구미 공단에 기존인력과 공장을 갖추고 사업기반을 다진 LPL사가 굳이 수도권으로 떠난다는 것에 대해 지역 주민들이 상심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더구나 구미시는 당시 200만 평 규모의 제4공단을 조성하면서 국내외 기업을 상대로 공장유치 활동 을 벌이고 있었는데 분양률이 12%에 불과해 어려움을 겪고 있던 터였다. 그 마당에 LPL사까지 빠져나 가자 지역 상공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다. 그러나 구미공단 4단지를 첨단단지로 만들겠다는 정책을 펴던 구미시는 "LPL사의 파주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하니 외국인 투자유치에 있어서 지자체의 발빠른 움직임이 얼마나 중요 한가를 알 수 있다. 구미시와는 반대로 발빠르게 대응했던 경기도로 향하는 LPL사의 발목을 뒤늦게서 야 잡아보려 해도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구미뿐만이 아니라 파급되는 경제적 효과를 감안할 때 대구 등까지 포함한 경북 지역은 엄청난 기회 의 손실임이 분명했다. LPL사 측에서는 "구미공단에도 7세대 이후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면서 "차세대 LCD 생산기지의 수도권 확정은 고급인력 확충, 원활한 자금조달, 용수확보, 물류비용 등 제반사항이 감안되 어 확정됐다"고 밝혔다. LPL사는 그동안 우수한 고급인력 확보 면에서 구미지역에서 한계를 느껴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LG. PHILIPS LCD(주)사 공장 (2005년 1월 현재) ●구미공장 1공장 : 2세대 LCD 생산 2공장 : 3.5세대 LCD 생산 3공장 : 세계 최초 4세대 LCD 생산 4공장 : 세계 최초 5세대 LCD 생산 5공장 : 5세대 LCD 생산 6공장 : 세계 최대 LCD 생산 ●파주공장 (7공장) 세계 최대 7세대 LCD생산예정, 2006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