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파라사족은 백인 군대와의 정면 대결을 피했으나, 침략 백인들에 대한 저항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백인과 타협하고 아첨하는 일부 소수족과는 달리, 원주민의 권리를 지키겠다는 생각은 샤이엔족과 같았다. 다만 백인과 싸우는 방법이 달랐을 뿐이었다.

샤이엔족은 이리군단을 만들어 이리처럼 용맹하게 싸웠으나 파라사족은 게릴라전을 택했다. 그들은 열서너 명으로 구성된 게릴라군을 편성하여 주로 백인 군대의 보급선을 기습했다.

그들은 바위 뒤나 삼림 안에 숨어 있다가 백인군 보급부대를 기습하여 총이나 장비 또는 식량을 탈취했다. 그들은 아주 빠르게 습격하며 빠르게 도망갔다. 너무 빠른 기습이기에 백인 군대는 그들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백인 군대는 작전에 막대한 지장을 받았다.

백인 군대는 그런 기습에 대비하며 그들을 잡기로 했다. 정찰병을 앞세워 주위를 살피면서 보급부대가 움직였으나 큰 효과가 없었다.

파라사족은 백인 군대가 들어온 지역 일대에 파수병을 배치해 놓고 있었다. 한두 명의 파수병은 소리 없이 요소요소를 돌아다니면서 백인 정찰대의 움직임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

파라사족은 백인군 작전지구 전체에 정보망을 깔고 있어 그런 정확한 정보에 따라 움직였다.

그건 코요테의 작전이었다. 미국 산림에서 이리와 함께 사는 코요테는 그렇게 먹이를 잡았다. 한 마리 또는 두서너 마리가 넓은 산림을 돌아다니면서 먹이의 움직임을 살폈다. 산림에는 살아 있는 짐승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병이나 사고로 죽은 짐승 사체가 여기저기에 있었는데 그건 거의 코요테의 몫이었다.

짐승의 사체를 찾아 먹는 동물에는 독수리가 있으나 그들의 몫은 그리 많지 않았다.

독수리는 하늘을 활공하면서 예리한 눈으로 먹이를 찾았으나 바위 밑이나 나무가 빽빽한 산림 안에 있는 먹이는 발견하지 못했다. 코요테는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예민한 후각으로 먹이를 찾아냈다.

코요테의 생태를 잘 아는 파라사족은 웃으면서 말했다.

“코요테는 먹이에 몰려드는 독수리까지 잡아먹습니다.”

이리들은 자기의 식사판에 독수리가 염치없이 끼어들어도 그저 위협을 하여 쫓아냈을 뿐이었다.

코요테는 갑자기 기습을 하여 독수리의 목덜미를 물어 죽였고 뜯어 먹기도 했다. 독수리는 뜯어 먹을 고기도 별로 없고 그 맛도 질기기 때문에 이리는 그걸 먹이로 보지 않았으나 코요테는 독수리들이 먹이 경쟁하는 것을 알고 기회가 있으면 잡아먹었다.코요테는 죽은 짐승 사체만 찾아 먹는 산림의 청소부가 아니었다. 코요테는 살아있는 짐승도 잘 사냥했으며, 이리가 잡아먹는 짐승은 거의 모두 사냥했다. 덩치는 작아도 빈틈없는 포식자였다.

코요테는 자기보다 덩치가 열 배나 큰 주걱사슴이나 와피티도 사냥하고, 곰이나 퓨마와 먹이경쟁을 했다. 여러 마리가 몰려들어 곰이나 퓨마가 잡아 놓은 먹이를 약탈하기도 했다. 비록 덩치는 작으나 코요테는 퓨마, 곰, 이리 등과 함께 미국 산림의 먹이사슬 정점에 있었다.

그런데 파라사족 사냥꾼들이 재미있는 얘기를 했다. 코요테는 다른 육식동물과는 싸웠으나 이리와는 싸우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친척이고 형님격인 이리를 대접한다는 말이었다. 싸워서 승산이 없는 이리와의 싸움은 하지 않는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코요테는 이리가 잡아 놓은 먹이는 약탈하지 않았다. 수가 이리보다 많을 경우에도 멀리서 이리의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뿐만 아니라 자기들이 잡아 놓은 먹이도 이리가 다가오면 얌전하게 내주고 물러났다. 그래서 파라사족 사냥꾼들은 이리와 코요테가 싸우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

코요테는 사람과도 싸우지 않았다. 이리가 사람을 해쳤다는 소문은 많아도 코요테가 그런 짓을 했다는 소문은 없었다.

하긴 코요테도 초기엔 이리처럼 목장을 습격하여 소를 잡아먹었다. 주로 밤중에 몰래 목장에 침입하여 약한 소나 송아지를 잡아먹었다.

그래서 목장주들은 코요테도 이리와 같은 해수(害獸)로 간주하여 토벌했으며 현상금도 걸어 놓았다. 토벌작전이 벌어지자 코요테도 이리처럼 무참하게 잡혀 죽었다. 사냥꾼들은 총과 덫, 올가미 그리고 독먹이 등으로 이리와 코요테를 잡는데 코요테보다 이리가 더 많이 잡혔다. 코요테는 이리보다 더 영리하며 총탄이나 덫, 올가미를 피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독이 든 먹이도 잘 식별했다.

코요테는 그 후부터는 목장의 소들을 더 이상 사냥하지 않았다. 그게 위험한 짓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짓을 계속하여 사람의 미움을 살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그렇게 되자 사냥꾼들은 이리 사냥에 집중하고 코요테 사냥은 점차 줄어들었다.

하긴 코요테에 의한 목장 피해는 이리처럼 심각하지 않았다. 코요테는 노약한 소를 잡아먹기에 어떤 의미로 보면 소의 처리를 해주는 결과가 되었다. 병든 소를 잡아먹기 때문에 전염병을 예방하기도했다.

코요테의 목장 습격이 줄어들자 일부 목장에서는 병든 소의 사체를 코요테가 돌아다니는 곳에 내다버렸다. 죽은 소의 사체 처리라는 귀찮은 일을 코요테한테 맡긴 셈이었다.1960년쯤 미국 목장주의 해수 박멸작전이 끝날 무렵에는 미국의 산림에서는 이리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이리도 바이슨(미국 들소)처럼 거의 멸종되어 버렸다.

그러나 코요테는 살아 있었다. 비록 그 수가 줄기는 했으나 코요테는 건재했다.

같은 갯과 동물이고 비슷한 생태를 갖고 있는 이리는 멸종되었는데 코요테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동물생태학자들은 그 점에 주목하여 조사연구를 했다.

첫째 이유는 이리가 끝까지 사람들에게 저항한 데 비해 코요테는 스스로 저항을 하지 않았다는 데 있는 것 같았다.

코요테는 목장을 습격하여 소를 잡아먹는 대신 야생짐승을 사냥했다. 그래서 코요테 사냥의 열기가 식어갔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주변 생태에 대한 적응력의 차이다.

코요테는 이리보다 적응력이 강했다. 이리는 먹이를 가려서 먹으나 코요테는 아무것이나 먹었다. 이리는 너무 부패한 고기는 먹지 않았지만 코요테는 먹었다.

또 이리는 지저분한 곤충 등은 먹지 않으려 하지만 코요테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먹었다. 이리는 육식만 하지만 코요테는 먹이가 부족하면 나무 열매나 뿌리까지 먹었다.

코요테는 어떻게 해서라도 살겠다는 집념이 이리보다 강했다. 코요테는 주위 환경에 적응하여 육식에서 잡식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코요테는 이리를 형님으로 모시고 이리에게 먹이를 빼앗기고 사냥터에서 밀려나 비참하게 살았다. 이리는 코요테를 멸시하고 박해했다.

그러나 동물학자들은 이리와 코요테의 생존투쟁에서 승자는 이리가 아니고 코요테라고 판단했다.

코요테는 그동안 참지 못할 것을 참고, 견디지 못할 것을 견디면서 끈질기게 살아왔다.

현재 미국의 산림에서는 이리가 거의 멸종되고 퓨마와 곰은 북쪽 캐나다나 알래스카의 북극권으로 쫓겨났다. 모두가 인간들의 박해에 견디지 못한 것이었다.

그래서 미국의 산림 생태계에서는 지금 코요테가 먹이사슬의 으뜸이 되고 있다. 코요테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더 이상 목장을 습격하지 않고 더 이상 육식을 고집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코요테를 잘 알고 숭배하고 있는 인디언 피라사족은 코요테에게는 배울 점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코요테의 생태 조사를 한 백인 동물학자들도 같은 의견이었다. 코요테에게는 피라사족뿐만 아니라 백인들도 배울 것이 너무나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