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선이 6일차 이동 경로.
왜 직선으로 안 가고 저렇게 우회해서 가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직선으로 가는 특급 열차나 저렇게 우회하는 신칸센이나 소요 시간이 비슷함.
그냥 출발하는 시간대에 따라 신칸센이 빠르냐 특급 열차가 빠르냐 갈릴 정도.
전날까지 날씨 억까랑 이것저것 너무 심하게 겪은 탓에 피곤해서 폰슈칸에 못 갔었음. 그래서 이날 아침에 감.
매장 안쪽에 있는 시음 코너.
500엔을 내면 코인 5개로 바꿔주는데, 그걸 이용해서 마음에 드는 걸 마시면 됨.
코인 1개짜리로 5잔을 마셔도 되고, 코인 2~3개짜리를 섞어서 두 잔만 마셔도 되고.
난 우선 첫 빠따로 '카야마 준마이 긴죠(嘉山 純米吟醸)'를 고름.
코시탄레이(越淡麗)는 니가타에서 생산하는 사케에 적합한 쌀 품종이고, 준마이(純米)는 쌀만으로 빚었다는 걸 뜻하고, 긴죠(吟醸)는 정미도가 60% 이하(쌀을 40% 이상 깎아낸 것)인 쌀로 만든 술을 의미함.
일반적으로 먹는 백미가 8~10% 정도 깎아낸 쌀이니, 술을 만들 때는 얼마나 사치스러운가 대강 짐작이 감.
아무튼 설명에 나온 대로 달달하고 상쾌한 배 향과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단맛이 특징으로 부담 없이 넘어가는 술. 뭔가 어울리는 안주보다는 그냥 이거 단독으로 마시는 게 가장 좋지 않은가 싶었음.
그 다음으로는 '카가노이 준마이 긴죠(加賀の井 純米吟醸)'를 고름.
이곳에서의 기준이 되는 술이라고 하니, 그 어떤 술을 마실 때도 대충 얘랑 비교하면 명확하게 특징이 느껴진다는 듯.
확실히 처음 마셨던 건 직관적으로 단맛이 느껴졌다면, 얘는 달지도 쓰지도 않고 딱 중간. 향 자체도 쌀의 구수한 풍미가 은은하게 느껴지지만 그 외의 특별한 향은 전혀 없이 정말 깔끔한 사케. 이거라면 해산물이나 기름기가 적은 담백한 음식들과 같이 먹기에 잘 어울릴 것 같음.
마지막으로 시음한 건, '타이요자카리 준마이긴죠(大洋盛 純米吟醸)'.
확실히 설명에 그려진 쌀알처럼 처음에는 쌀로 만든 술이구나 하는 직관적인 느낌이 딱 들면서도 산뜻한 향이 남. 설명에는 감귤이라 적혀 있어서 시트러스 계열인가 싶기도 하지만, 설명을 모르고 먹었을 때는 단번에 시트러스인가 싶은 생각은 들지 않을 정도로 짙은 향은 아님.
개인적으로는 향도 산뜻하면서 쌀의 단맛과 구수함, 적당한 쓴맛까지 고루 느낄 수 있는 좋은 술이라 생각함.
여기서 좀 사이즈가 작은 술이면 하나 사 갈까 싶었는데, 하나같이 1L가 넘는 술들이라 결국 고심 끝에 포기했음. 일단 캐리어를 기내용으로 아주 작은 걸 갖고 왔는데 거기에 노트북이니 옷이니 뭐 이것저것 넣고 다니니 도저히 1L 이상의 술을 담을 공간도 안 나왔고, 그렇다면 배낭에 넣든가 해서 갖고 다니면서 홀짝홀짝거려야 하는데 매일 슈퍼에 들를 것도 아니고 1L 넘는 술을 매일 홀짝거리는 것도 좀 그래서 포기하게 됨.
만약에 일정 막바지였거나 니가타에만 따로 들렀던 일정이라면 마지막으로 마신 걸 한 병 사 갔을 듯.
그리고 점심을 먹으러 이동.
니가타라 하면 역시 타레카츠지.
무난한 절임류.
카츠동 톤지루 세트 (1,639엔)
타레카츠 세 장짜리의 카츠동 + 양배추 + 톤지루 + 절임류의 구성.
맛은 뭐 그렇게 엄청나게 특별하고 그런 건 아니고, 달달한 소스가 발라진 카츠동. 톤지루도 딱 기본에 충실한 그 맛.
고기 자체는 요즘 유행하는 두툼한 고기를 그대로 튀겨낸 게 아니라 망치질을 해서 얇게 편 다음 튀겨낸 겅양식에 가까운 스타일이지만, 양념과의 궁합을 생각하면 두툼한 쪽보다는 이쪽이 더 맛이 잘 배서 궁합이 맞지 않나 싶음.
점심을 먹었으니 근처 공원이나 가 보자 싶어서 이동함.
하쿠산 공원에 오니까 시민 마라톤 같은 걸 하고 있더라.
사람도 바글바글하고 이런저런 푸드트럭들도 와서 장사하고 있었음.
점심을 막 먹고 온 참이니 산책이나 하러 돌아다님.
하쿠산 신사 앞에 있던 연못에는 연꽃이 빽빽하게 자라 있음.
당연히 연꽃은 다 떨어졌는데, 여긴 연밥을 따로 쓰진 않는지 하나도 안 따고 그냥 방치해 놨더라.
하쿠산 신사도 한 바퀴 쭉 둘러보고
"무녀 알바 모집"
당연하지만 일본 신사에서 일하는 젊은 무녀들은 99.98% 알바임.
예약해 놓은 양조장 일정까지 약간 시간이 남아서 앉아서 쉬는데, 말벌하고 아디다스 모기들이 끊임없이 괴롭혀댐.
말벌 한 마리를 보조배터리로 쳐서 떨어뜨리고 발로 밟아 죽였는데, 동족들한테 복수당할까 싶어서 서둘러 자리를 옮김.
JR패스가 있으니 JR 노선을 아무리 타도 상관이 없다는 게 참 좋음.
겨우 역 하나지만 3.1km나 떨어져 있어서 전철 타는 게 나음.
박스 시트와 롱시트가 섞여 있는 광역 철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
물론 이런 차량에도 화장실이 다 있음.
그리고 양조장에 도착.
양조장이라면 다 걸려 있는 스기다마(杉玉).
술 빚는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양조장 곳곳을 보여줌.
이쪽은 찐 쌀과 누룩, 효모, 물을 섞어서 발효시킴으로써 밑술을 만들기 위한 저장고.
이 과정이 끝나면 술과 찌꺼기를 분리하고 걸러내는 과정을 거친다고 하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술을 많이 뽑기 위해서 걸러진 찌꺼기에 다시 주정과 물을 타고 다시 짜내고 여과하는 식으로 해서 엄청나게 뽑아 먹는다고 함. 다만, 이 양조장의 경우에는 그런 게 일절 없이 오로지 밑술에서 분리하고 여과하는 과정만 거치면서 순수한 사케만을 만든다고 강조하더라.
술이 얼지 않을 정도의 아슬아슬한 온도(영하 2~5도)에서 저장함.
이보다 낮으면 수분과 알코올이 분리되면서 수분이 얼기 시작하고 그럼 술 못 쓰게 된다고 함.
긴죠주(吟醸酒)는 이렇게 아슬아슬할 정도의 저온에서 숙성함으로써 특유의 산뜻한 향이 나게 된다고 함.
정미도에 따른 술 종류 구분.
밥으로 짓는 쌀 - 10%만 깎음
혼죠조(本醸造) - 30% 이상 깎음
긴죠(吟醸) - 40% 이상 깎음
다이긴죠(大吟醸) - 50% 이상 깎음
준마이 긴죠주만 하더라도 엄청 사치스러운 술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대목.
1,000엔을 내면 여기서 파는 각종 주류를 싸그리 시음해 볼 수 있는 특별 시음을 할 수 있지만, 홋카이도 일정에서부터 쌓인 피로감이 워낙 컸기 때문에 낮에는 적당히 마시자는 생각에 기본 시음만 하고 일정 중에 마실 조그마한 병에 든 술이랑 아마자케 하나를 사서 감.
양조장 운영하시는 분이 굉장히 해설도 재밌게 해 주시고 이쪽에 좋은 술도 많고 하니 겸사겸사 와 볼 만함. 일본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안다면 재밌게 보내다 갈 수 있을 듯.
견학 예약은 해당 양조장 사이트에 들어가면 웹에서 할 수 있게끔 마련해 놓음.
양조장 견학을 마치고는 바로 토야마로 가기 위해서 신칸센을 탐.
N700S 다음으로 최신 열차라 그런지 역시 그린샤 시설 좋음.
토호쿠 신칸센의 그린샤처럼 역시 비데가 있음.
이쪽은 손 씻는 곳 아닌데, 전에 다른 갤에서 보니 이쪽을 손 씻는 곳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듯.
이쪽은 배변 기능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배변 주머니를 세척하는 곳임.
등받이 리클라이닝이랑 풋레스트, 독서등 조절하는 버튼들.
콘센트는 이전에 소개했던 대로 녹색등이 켜져 있으면 사용 가능.
개인적으로는 신칸센 그린샤라고 하면, 역시 이번 일정에서 탄 E7/W7계 신칸센이 가장 좋았음.
오미야역에서 호쿠리쿠 신칸센으로 다시 환승.
이왕이면 차내 차임으로 '호쿠리쿠 로망'을 틀어주는 W7계가 좋았지만, 이번에 탄 건 JR 동일본 소속의 E7계.
원래는 토야마역 근처에 있는 라멘집에 가려고 했는데 멍청하게 정기 휴무인 날에 옴.
그래서 슈퍼로 급하게 턴.
저녁거리 사 들고 호텔 도착.
조식 포함해서 1박 53,000원에 묵음.
전날에도 배불러서 남겨 놓고는 또 바보같이 엄청 사 버림. 아무튼 이게 대략 1,100엔 어치.
결국 오므라이스 주먹밥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남겨서 다음 날 가방에 넣어서 감.
낮의 양조장에서 일정 중에 한 끼 식사로 먹을 적은 양의 준마이 다이긴죠랑 아마자케를 한 병씩 사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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