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선이 13일차 이동 경로.
코치역 북쪽을 도보로 이동한 이유.
여긴 진짜 버스 뒤지게 안 다님.
뜬금없이 웬 오락실에 도착.
물론, 목적은 오락기가 아니라 자판기 음식.
헤이세이 초중반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던 음식점 자판기가 요 근래엔 거의 싹 사라져서 이제는 작정하고 찾아다녀야 볼 수 있는 일종의 관광 상품이 돼 버림.
예전에도 일본 내에서 가장 많은 음식 자판기를 보유하고 있는 카나가와현의 사가미하라시에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하필이면 그 자판기를 운영하는 폐타이어 매장이 휴무일이라 자판기가 채워지지 않고 매진으로 방치된 게 많아서 그냥 발을 돌린 적이 있었음. 근데 이번 일정 중에 마침 동선상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이런 음식 자판기를 운영하는 곳이 있어서 겸사겸사 와 봄.
우동, 라멘, 토스트.
가짓수만 보면 별로 많지도 않지만, 지금은 이 정도를 갖춘 곳도 전국에 손꼽힐 정도로 얼마 안 남음.
조리는 1분도 채 안 걸리는데,
당연히 미리 익혀둔 면을 뜨거운 물로 풀어주고 거기에 국물과 고명을 얹어서 끝내는 식임.
맛이야 뭐 그냥 그럼.
이제는 정말 배가 고파서 오는 게 아니라, 좀처럼 보기 드문 구경거리 정도의 인식.
내친 김에 토스트도 하나 뽑아 봄.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서 나옴.
싸구려 햄과 치즈가 들어 있는 모습.
이 역시 맛은 그냥저냥.
옛날에 한국에서도 종종 볼 수 있었던 '넥타'라는 과일 음료.
맛은 과일 통조림에 채워져 있는 그 시럽이랑 비슷하고, 실제로 만드는 법도 거의 동일함.
자판기에 쓸 동전은 여기서 교환 가능.
평소에는 스시도 취급하는지, 이날은 스시 안 판다고 적혀 있었음.
다시 역으로 돌아와서 특급 난푸를 타고 올라감.
이날만큼 뭔가 하루종일 먹어 본 적이 없는 듯.
배부른 와중에도 또 한참 열차 타고 이동하니까 가다 보면 먹겠지 싶어서 사 옴.
코치역에서 팔던 건데, 맛있긴 맛있더라.
낮에 봤던 그 '고멘(미안해)'역.
한자는 다르지만 발음이 같아서 드립 치려고 일본인들도 종종 여기서 사진 찍는 듯.
난푸는 그대로 오카야마역까지 쭉 올라가고, 나는 여기서 츠루기산으로 환승해야 함.
근데 잠깐 슈퍼마켓 들렀다 가려고 일부러 좀 일찍 옴.
토쿠시마까지 가는 열차가 2시간 넘게 걸리는 보통 열차가 대부분이고, 특급 열차는 14시 30분에 하나 떠나고 나면 그 다음 차가 19시 49분임.
이러다 보니까 토쿠시마 도착하면 이미 오후 9시가 넘어 버려서 그냥 대충 슈퍼에서 저녁거리를 사 가기로 함.
이런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동네지만,
걸어 가다 보면 제법 큰 규모의 쇼핑 타운이 나옴.
반값 할인은 못 참지.
역에서 기다리는 동안 낮에 사 왔던 당고랑 타이야키 먹음.
토쿠시마 일정은 어거지로 넣은 느낌이 강한데, 그냥 이 똥차 타 보려고 옴.
이때 아니면 언제 토쿠시마선을 타겠냐고 ㅋㅋㅋ
그린샤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고, 그나마도 1호차의 16석만이 지정석임.
그 외엔 싹 자유석.
그린샤 패스 끊고 이런 거나 타러 오는 변태 새끼.
세면대마저 그 옛날의 구식.
똥차 천국에 와서 똥차 천국답지 않은 고급스러운 좌석만 줄창 앉았으니 어찌 똥차 천국 여행이라 할 수 있겠나. 당연히 이런 것도 타 줘야지.
가다 보니 뒷바퀴에서 빛이 나는 신기한 트럭을 봄.
처음에는 뭐 스파크 같은 거라도 튀는 줄 알았는데, 그냥 일부러 저런 LED 휠 같은 걸 끼운 건가 봄.
토쿠시마역에 도착.
여긴 진짜 시골 같다고 느낀 게, 21시인데 그냥 큰 도로도 엄청 조용함.
한 역에서 10분 정도만 걸어가도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짐.
심히 러브호스러운 디자인의 비즈니스 호텔 간판.
들어와 보니 아주 낡은 비즈니스 호텔 맞음.
여긴 2층에 로비가 있는데, 다른 호텔들은 보통 여권 복사본 남겨두는 편인데, 여기는 쿨하게 그런 거 괜찮다고 함.
먼 길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그냥 가서 편히 쉬라고 ㅋㅋㅋ
여러모로 낡은 비즈니스 호텔이지만, 1박에 36,000원 정도에 예약했기에 아무 불만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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