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선이 17일차의 이동 경로.
조식 한 상.
미소시루처럼 생긴 건 히야지루라고 하는데, 이름 그대로 차갑게 먹는 미야자키의 향토 요리로 밥에 끼얹어서 먹는다고 함.
맛은 그냥 된장국에 밥 말아먹는 거랑 비슷한데 애초에 국물이 차가워서 밥이랑 섞이면 미적지근해짐.
막 종류가 엄청나게 많지는 않고, 우측에 카레랑 빵 종류 같은 거 좀 있고 드링크바 있고 그 정도임.
아까 그 히야지루말고도 다른 향토 음식들도 다 먹을 만했고 나쁘진 않은 듯.
원래 이날은 아침 일찍 나서서 우도 신궁이나 다녀올까 싶었는데, 16일간의 강행군으로 체력이 떨어져서 그냥 좀 더 자기로 하고 일정을 틀었음.
만약 우도 신궁을 다녀온다고 한다면 오전 5시에는 나섰어야 했을 듯.
미야자키는 배차 간격도 엄청 뜸한 데다 굴러가는 게 거진 이런 똥차들임.
한적한 시골 그 자체.
아무래도 제법 남쪽에 위치한 지역이라 그런지, 10월 중순이었는데도 초여름 정도의 날씨였음.
햇볕이 상당히 뜨거운 편이기는 했지만 날씨가 우중충해서 뭘 찍어도 거지같이 나오는 것보단 훨씬 나음.
무슨 용도인지 모를 계단.
엄청 조그마한 섬으로 이어지는 다리.
도깨비 빨래판(鬼の洗濯板)이라고 해서 되게 특이한 지형이 있음.
본래 해저에 있던 이암과 사암이 섞인 땅이었는데, 해수면 쪽까지 융기되고 무른 이암층이 파도에 침식되어서 깎여 나가고 이런 형태가 됐다더라.
그리고 이런 조그마한 섬에도 신사가 있음.
손이랑 입을 씻고 헹구는 테미즈야(手水舎).
신사의 우측으로 나 있는 곳으로 들어가면 에마가 걸려 있고 안쪽으로 이어진 숲길이 나옴.
안쪽에는 모토미야(혹은 오쿠미야)라고 하는 또 하나의 시설이 나옴.
이런 건 보통 물리적으로 본전과 엄청 멀리 떨어져서 서로 별개의 시설이 아닌가 싶은 정도의 거리긴 한데, 여긴 한 20~30m 정도로 엄청 가까움.
그렇게 구경하고 나오니까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도 보이던데, 확실히 날이 더워서 그런지 저런 걸 하면 재밌겠구나 싶더라.
원체 햇볕이 뜨거워서 역으로 돌아가기 전에 빙수라도 하나 먹고 가려고 들름.
망고 시럽에 연유 뿌린 건데 아무튼 간에 양이 엄청남.
생각보다 양이 많았던 탓에 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어떻게 아슬아슬하게 시간 맞춰서 역에 도착함.
근데 좌우를 둘러봐도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곳이 안 보였음.
사진을 자세히 보면 반대편에 계단이 살짝 보이기야 하는데, 그쪽으로 건너가는 길도 관리가 잘 안 된 탓에 잡초로 길이 가려져서 한눈에 알아보지 못했음.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게 왼쪽의 육교였는데, 마침 육교 끝나는 부분에 작은 건물도 하나 보임.
그래서 '아, 저게 반대편 승강장으로 연결된 출구구나' 싶어서 전속력으로 저쪽으로 내달려 봤지만, 안타깝게도 그쪽이 아니었음.
다시 전속력으로 되돌아왔지만 이미 열차는 승강장에 도착했고 내가 역으로 들어서는 것과 동시에 떠나 버림.
육교 반대편에 승강장으로 이어진 곳이 없으면 결론은 뻔하지, 1번 승강장에서 반대편으로 직접 이어진 건널목이 있다는 것.
그래서 자세히 보니까 역에 막 들어왔을 때는 표지판으로 절묘하게 가려져서 안 보이는 '2, 3번 승강장' 표시도 보였고, 건널목도 멀쩡히 있었음.
만약에 빙수를 먹지 않고 왔다면 이런 과정을 거쳤어도 열차를 놓치는 일이 없었을 텐데.
다음 열차는 2시간 20분 뒤.
빙수 하나의 대가가 너무나도 크게 다가옴.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버스 연계편을 알아봄.
아오시마역에서 미야자키 공항역으로 이동한 뒤에 미야자키 공항역에서 공항선을 타고 미야자키역으로 가는 방법이 있었음.
근데 이마저도 13시 55분 출발 ㅋㅋㅋㅋ
최종 목적지까지 고작 30분 정도 단축하는 건데, 이렇게라도 안 하면 나머지 일정 싹 취소하고 그냥 돌아가야 하는 꼴이었기에 이렇게라도 해서 감.
이런 시골에 오면 교통편이 최우선임. 나처럼 빙수 같은 거에 정신 팔려서 놓치면 정말 개고생함.
1시간 30분 정도 아예 할 게 없어서 그냥 역에서 앉아서 반대편으로 가는 열차나 멍하니 봄.
그나마도 1시간 30분 동안 딱 저거 한 대 지나갔음.
아무튼 버스를 타고 미야자키 공항역에 도착.
여기가 아마 내가 아는 일본 공항 중에서 철도 역이랑 제일 가까운 공항일 거임.
국제선/국내선 도착장을 빠져나오자마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역이 있음.
미야자키역 이북 구간이랑 미야자키 공항선은 전철선이 깔려 있어서 전철이 지나감.
원래 정상적으로 일정을 진행했다면 잠깐 미야자키역에서 내려서 점심으로 치킨난반을 먹었어야 했는데, 2시간 가량을 통으로 날려서 그럴 시간도 없었음.
바보 같은 판단으로 일정이 망가져서 멘탈이 살짝 나갔지만, 그래도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열심히 돌아야지 싶어서 미야자키진구역까지 직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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